"국가적 위기에 지역민 건강수호…설립이념이 빛 발하는 순간이었죠"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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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3 07:42  |  수정 2020-06-23 08:00  |  발행일 2020-06-23 제18면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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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이 코로나19 당시 급박했던 상황과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병원 운영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설립이념에 바탕을 둔 겁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1899년 의료의 불모지였던 대구에 최초로 서양의술을 펼쳤는데, 당시 만연한 나병치료사업뿐 아니라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 등 풍토병 치료와 전염병 예방, 천연두 예방접종, 사회보건계몽을 통해 우리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성장 발전했으니까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나간 이후에도 '바이러스의 온상'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길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선뜻 내놓은 이유에 대해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은 22일 이렇게 말했다.

조 병원장은 "1946년 전국에 콜레라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에도 일상진료를 접고 콜레라 치료에 집중했고, 6·25전쟁 당시에도 부상한 경찰관을 치료하는 경찰병원으로 지정돼 일선 전투에서 팔과 다리를 잃어버린 부상 경찰관들에게 팔과 다리를 만들어주는 의수족부(義手足部)를 창설해 많은 의수족을 제공했다"면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계명대 동산병원(달서구)과 대구동산병원(중구) 전 교직원은 국가적 위기에 지역민 건강수호를 위해 의료 활동에 매진키로 다짐했고, 121년 역사의 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서도 해내지 못한 코로나19 대응
대구가 지혜롭게 대처…벤치마킹 늘어
코로나 장기화 대비 '언택트 시스템' 마련
앞으로도 국민 건강 지키는데 앞장설 것



대구지역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2월18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것은 21일이었다. 특히 지역 내 대학병원 중 코로나19 확진자만 치료한 것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유일했다.

기존에 있던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조 병원장은 "자신이 살던 집에서 강제로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쉽게 동의하겠느냐. 그래서 상급종합병원인 동산병원으로 옮기더라도 진료비 등은 지금과 같게 받겠다고 설득했다. 그래도 안 되는 경우는 '여기로 코로나19 환자가 다 오게 된다' '대구는 지금 전시상황이다' 등 얼마나 위중한 상황인지 설명해 거의 동의를 구했다"고 말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종합병원, 성서에 있는 동산병원은 3급 종합병원으로 본인 부담이 30%가 더 높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춘 만큼 환자 본인 부담이 늘지만 동산병원이 이 손해를 감수한 것이다. 그렇게 20일 저녁에 결정, 21일 기존에 있던 환자 136명을 다 이송했다.

기존 입원 환자들이 모두 떠나고,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첫날부터 확진자들은 구급차량을 타고 몰려왔다. 첫날 2명의 환자가 입원하기 시작, 둘째 날 51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반병동 60병상을 오픈했다. 셋째 날과 넷째 날에도 각각 79명과 86명이 추가 입원하면서 병상을 237병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별도로 3개의 중환자 병실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보다 체계적인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중증환자와 경증환자 분리 차원에서 3월7일 옛 간호대학 건물을 개조해 152병상을 갖춘 9병동을 새롭게 개설했다. 그렇게 총 465병상을 운영, 1천42명을 코로나19로부터 구했고, 현재도 17명의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런 노력과 성과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인정했다.

지난 3월24일과 25일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동산병원을 찾은 세계보건기구 자문위원단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발 빠르게 공간을 비우고 지역거점병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계명대 동산병원은 정상진료가 가능하도록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외래와 응급실 선별진료를 잘하고 있어 병원 내 감염 예방에 힘쓰는 모습이 미국·유럽에 비해 훌륭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활동한 지 115일 만인 지난 15일 정상진료를 시작했고, 환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오염됐을 우려보다 의료진의 헌신을 더 신뢰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조 병원장은 "소위 선진국에서도 해내지 못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우리 대한민국이, 특히 대구가 지혜롭게 잘 해오고 있다. 모범적인 우리의 대응체계를 벤치마킹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면서 "계명대 동산병원은 그간의 충분한 경험과 의료진의 대처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을 지키는데 끝까지 함께 하고, 앞으로도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건강을 지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2차 대유행 우려에 대해서는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생기고, 건조하거나 춥기 시작하는 겨울 등 확산을 부릴 수 있는 환경이 생기면 2차 유행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는 앞으로 2년가량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등을 모두 고려해 조 병원장은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의료환경을 갖추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비대면을 많이 가미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해 차별화하겠다는 것.

조 병원장은 "코로나19는 중세 페스트와 같다. 큰 충격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2년은 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앞으로 4차산업혁명과 AI를 접목한 언택트(Untact·비대면)가 화두가 될 것이고, 리모트(Remote)로 하는 것들이 급부상할 것"이라며 "이에 병원에 이 시스템을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손목에 밴드 형태로 차고 있으면 혈압과 맥박 등을 체크, 의료진에게 전달해주거나 약을 자판기에 넣어두는 식으로 의료진 접촉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시스템이 있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곳에 차이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조 병원장은 국내 1%를 위한 초(超)VIP를 위한 건강검진 센터를 8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조 병원장은 "검진을 받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질병을 다 찾아주고,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최고 의료진이 그 자리에서 바로 진료를 보는 식이다. 산부인과 문제가 있으면 병원장인 제가 직접 진찰하는 식이다. 또 앤젤리나 졸리 등 세계 유명인사 등의 암을 찾아낸 의료기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 피검사 하나로 암발병 리스크를 계산하고, 예방해주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시스템도 검진센터에 도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그동안 대구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검진센터를 만나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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