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지역 유통가 상반기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실적을 살펴본 결과, 주목할 점은 고급 상품의 대중화다.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외출과 여행을 자제하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홈파티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한번 구입한 후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가전제품과 가구 등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업그레이드 소비로 이어졌다.
명품 소비 역시 코로나19 악조건을 이겨낸 상품군이다. 외출과 여행이 줄어들면서 생긴 여유자금을 자신만을 위한 소비에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가 대부분의 명품은 상반기 매출이 증가하며 어려운 시기 유통가에 힘을 보탰다.
유통업계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잠자는 곳으로 여기던 집이 여가를 보내는 곳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보다 더 좋은 가구, 전자제품 등 프리미엄 상품의 수요가 늘어났다"며 "명품 역시 기존 고객에 더해 명품에 관심이 적던 소비자들의 수요 역시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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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지역 유통업계는 프리미엄 가전을 찾는 고객 수요가 증감함에 따라 가전제품 매출이 증가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가전 매장 전경. <신세계백화점 제공> |
상반기 지역 유통업계는 가전·가구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과거 교체 시기가 긴 탓에 비주류로 여겨지던 가구와 가전제품은 고객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교체 시기가 짧아졌고,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상반기 매출 집계 자료에 의하면 온라인 개학에 따른 전자기기 판매 증가로 애플 스토어의 상반기 매출은 53% 증가했다. 또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쿠쿠' 밥솥 매장 역시 판매가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거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홈퍼니싱 시장은 가구를 중심으로 형성됐고 '시몬스' 침대 매장은 64%, '토레' 소파 매장은 43% 각각 판매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적은 비용으로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는 홈패션 상품군도 각광 받고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 대구점 8층 리빙관에서 판매하는 대자리, 디퓨저, 타올 등 다양한 리빙 용품의 매출이 상반기 동안 약 15% 증가하면서 홈퍼니싱 열풍이 소품류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홈패션(가구), 가전 판매가 증가하며 상반기 매출 톱 5안에 포함됐다. 홈패션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 가전의 경우 3% 성장하며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상반기 가전제품 판매가 지난해 대비 10% 이상 증가하며 상반기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상반기 신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상품군은 홈패션(가구·가전) 이라고 할 수 있다"며 "코로나 여파로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각자 집에서 모임을 하기 때문에 가구나 가전제품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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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 브랜드 '토레'는 올해 상반기 홈퍼니싱 열풍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이 43%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내 토레 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인 소비심리가 침체됐지만 명품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휴가철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탓에 보복 소비의 일환인 명품 소비로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 추세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상반기 매출 1위는 명품시계가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상반기 명품시계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35%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브랜드 '롤렉스'의 꾸준한 인기와 더불어 '예거르쿨뜨르'의 가격인상 효과, '브라이틀링', '오메가' 2020 신상품 모델 인기 덕분에 높은 매출 신장율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6월 명품 매출 역시 지난해 대비 약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형 집객 시설에 고객 수가 감소하는 있는 가운데 이같은 실적은 이례적인 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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