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없는 탄소중립?…전문가 "비현실적...정치적 구호에 불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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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7 18:21  |  수정 2020-12-07 19:13  |  발행일 2020-12-08

정부가 7일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수소 자동차·저전력 반도체 등을 육성해 2050년에 탄소 중립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전 없는 탄소중립 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2050 탄소 중립 실현 추진 전략' 안건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에너지 전환 기로에서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해 탄소 중립과 경제 성장,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 중립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코로나19 사태다. 지난 2016년 발효된 파리 협정에서 의제가 된 뒤 주요국이 연달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 돼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같은 새 질서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산업 구조를 고려해서다.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주력 산업의 세계 투자나 구매 기회가 제한되고, 해외 자금 조달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탄소 산업 구조 혁신에 초점을 맞춘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 혁신 생태계 저변을 구축하는 '새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취약 산업·계층을 보호하는 '탄소 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이라는 3가지 전략을 내세웠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기술개발(R&D), 재정지원, 녹색금융 등 다양한 제도에 있어 탄소중립 친화적 제도설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은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탈석탄은 불가피하나 이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원전 없이 탄소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원전을 줄이는 방향은 맞지만 탈원전으로 가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비현실적인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구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에서 석탄화력 비중이 40%, LNG(액화천연가스) 비중이 20%,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라며 "이런 가운데 석탄과 원전 모두 없애겠다고 하면 정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전기차 육성을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다. 원전 외에 대량의 전기를 생산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면서 "원전 없이 LNG에 의존하게 되면 한전은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를 개선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등을 도입하자는 얘기가 있는데 수도와 전기는 절대 외국에 의존하면 안 된다"라면서 "정부의 이번 발표는 현실성 없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선언적 내용"이라고 일갈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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