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거 대구시·북구청, ‘노곡동 침수 해방·작별’ 확신했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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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7 18:30  |  수정 2025-07-28 10:28  |  발행일 2025-07-28
10여년 전 “노곡동은 침수우려와 영원히 작별” 호언장담
당시 고지배수터널 개설·제진기 추가 등 배수시설 확충
그럼에도 침수사고 재발…“지자체 ‘방심’이 화 불렀나?”
17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자 경북119구조대 대원들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7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자 경북119구조대 대원들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17일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태는 결국 '인재(人災)'로 확인된 가운데, 과거 대구시와 북구청이 노곡동의 배수 시스템에 대해 확신하고 호언장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가 그동안 노곡동 배수 시스템만 믿고 방심하다 15년 전과 꼭 닮은 모습의 침수사고가 재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지난 2012년 10월 '2013년, 노곡동·조야동은 침수 우려에서 영원히 작별'이라는 제목의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해당 자료에서 대구시는 "금호강변 저지대에 위치해 해마다 여름철 우수기에 침수가 우려됐던 노곡동과 조야동 일원이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비 완료되는 2013년이면 영원히 침수우려에서 해소된다"고 밝힌다.


당시 시는 "노곡동은 호우 시 저지대에 위치한 마을 내의 우수 배수를 위해 배수펌프장을 건설하고, 마을 뒷산의 많은 물이 마을을 거쳐 금호강으로 내려가는 현재의 구조를 마을 옆 산에 터널을 뚫어 마을을 거치지 않고 바로 금호강으로 배수토록 하는 '터널 고지배수' 시설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침수 우려가 말끔하게 해소될 수 있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실제 노곡동 뒷산에 모인 빗물을 초당 최대 14t의 속도로 금호강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인 고지배수터널이 지난 2013년 3월에 준공돼 운영 중이다. 그보다 앞서 노곡동에는 제진기가 추가 설치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0월, 대구시의 공식 보도자료 중 일부. 당시 대구시는 '노곡동은 침수 우려에서 영원히 작별'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2012년 10월, 대구시의 공식 보도자료 중 일부. 당시 대구시는 '노곡동은 침수 우려에서 영원히 작별'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2013년 7월 장마철을 다룬 기사를 분석해보면, 당시 북구청이 고지배수터널 개설과 제진기 추가 설치 등 배수시설 개선 등을 통해 큰 침수 피해가 없었다며 안도하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북구 측은 "노곡동은 장마철만 되면 특별 관리해야 하는 곳이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번에 현장을 지켜보니 침수위험에서 해방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노곡동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 때와 유사한 상황이 15년 만에 재연되고 말았다.


특히, 이번 침수 당시에도 제진기가 미작동(영남일보 7월 17일자 단독 보도)되는 등 전반적인 배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다.


현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노곡동 일원에 설치됐던 여러 배수 시스템(직관로 배수로-고지배수터널-제진기)이 관리·운영상의 문제로 모두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역 관가 한 관계자는 "대구시와 북구청이 노곡동 배수 시스템을 확신했음데도 불구하고, 15년 전과 유사한 침수사고가 또 발생했다"라며 "그렇다면 지자체가 방심하다 안일한 대응을 했는지, 시스템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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