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과 함께하는 '생활 속 뇌 이야기'] 빛도 휘어지게 만드는 '스텔스 기능' 장착한 뇌과학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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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9 07:51  |  수정 2021-01-19 08:02  |  발행일 2021-01-19 제16면

하창만
하창만 (한국뇌연구원 첨단뇌연구장비센터장)

'헤리포터' 영화 시리즈가 영화로 나온 지 벌써 20년이나 됐다. 벽에 걸린 액자 사진이 움직이거나 투명망토를 입고 사라지는 등 정말 마법과 같은 일들이 영화에 그려져 있다. 지금 우리는 이런 마법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벽에 걸린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뉴스를 시청·검색하고 시계가 나의 의료상태를 파악하며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 가능하며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투명망토 이야기는 먼 이야기인 것 같다. 물리학적으로 우리가 사물을 보고 형태를 파악하는 이유는 빛의 굴절과 반사 때문이다. 빛과 전자는 속도와 직진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물질에 부딪혀 속도 혹은 각도가 바뀌면서 사물이 둥근지 네모난지 등을 알 수 있다. 즉 빛의 속도와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면 투명망토와 같은 마법의 세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0년에 미국 듀크대학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메타물질(자연에서 발견되지 않는 물질)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전자기 방향성의 조절 가능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빛도 휘어지게 만드는 스텔스 기술의 메타물질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현재 전자기 관련 메타물질은 전파공학, 양자전기학, 군사물자로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메타물질은 사물 자체의 투명화가 아닌 표면의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지만 사실 우리 인체는 불투명하게 이뤄져 있다. 따라서 인체의 내부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MRI·CT 등의 특수 장비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들 장비는 신경세포 하나의 온전한 모습을 구분하기 어려운 해상도를 가지고 있어서 뇌과학 연구에 많은 제한이 있다. 이를 위해 뇌의 심부에 직접 이미지 장치를 심거나 고자장 MRI 개발 등과 함께 혁신적인 실험 기법들이 발전되고 있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바로 빛의 스텔스 기능을 이용한 '조직투명화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생체조직 보관을 위해 유리병에 유기용매와 함께 오랜 기간 보관하면 점점 투명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는 세포를 이루고 있는 지질 성분의 소멸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착안해 아크릴아마이드 등으로 세포골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유기용매나 전기영동을 통해 지질성분을 제거하고 빛의 굴절률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로 나머지 부분을 채운다면 스텔스 기능처럼 생체조직이 보이지 않는 투명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또 약 70%의 물로 구성된 인체는 장기마다 물과 매질의 비율이 달라서 장기별로 빛의 굴절률이 다르므로 물의 굴절률(1.33)이나 광학현미경 이미지에 필요한 굴절률(1.51)과 근접한 굴절률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조영제를 사용해 투명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뼈를 포함한 치아, 갑각류의 껍질까지 투명화할 수 있는 20여 가지 조직투명화 방법이 개발되었고 뇌과학의 3차원적 이해에 대한 많은 한계가 극복되고 있지만 조직투명화 시 본래의 조직구조 유지와 살아있는 생체에는 사용이 불가하다는 여러 가지 해결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생체의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스텔스를 통해 정말 투명망토처럼 사라지게 하는 기술들이 개발되어 있고 이 기술들을 이용해 뇌질환 병변 부위의 3차원 조직학적 이해와 신경 네트워크, 질환 원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빠르고 획기적인 뇌질환 치료법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를 위한 컴퓨팅기술들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조만간 사라지고 우리가 상상하는 기술은 이뤄지며 우리가 연구를 멈추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뇌의 기능은 어느덧 우리 교과서에서 흔히 이해되는 생물 문제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하창만 한국뇌연구원 첨단뇌연구장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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