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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15일 스프링클라우드가 운영하는 자율주행차인 스프링카가 대구 수성알파시티 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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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산트·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진원 옮김/ 소소의 책/ 336쪽/ 1만8천원 |
자동차에 이어 새로운 탈것의 등장이 예고된다. 이 또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디젤차와 휘발유차를 퇴출하고, 친환경차를 점차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도시마다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어떤 도시는 혼잡통행료를 받는 등 자전거와 자동차 공유 문화 확산을 주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운 이동수단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은 의문을 제기한다. 자율주행차는 편리함 못지않게 안전한 이동수단이 될 수 있을까. 또 드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책은 새롭게 등장한 모빌리티(mobility) 기술을 설명하며 도시 구조와 경제,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살핀다. 저자들은 4개 대륙에 있는 도시 한 곳씩을 찾아갔다. 이 도시들은 미래에 상용화될 탈것들의 실험실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들은 이 도시를 찾아가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최근 새로운 이동수단의 개발·도입은 국가가 아닌 도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관점에 맞춰 도시마다 벌어지는 '모빌리티 혁명'의 면면을 분석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가장 상징적인 자동차 도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다. 이 도시에선 모빌리티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로, 항공우주산업 분야 또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 도시에선 교통 체증을 아직 해결 못 하고 있지만, LA시장을 비롯한 관계 당국이 도시 공간의 재배치와 함께 지하철 노선 확대, 전기버스 도입,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공유 서비스 제공,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용 산책로 확장 등 새로운 교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방문한 도시 가운데 중국 상하이에 특히 주목한다. 상하이는 몇십 년 전만 해도 버스·자전거·보행자들의 도시였지만, 꽉 막힌 고속도로와 오염된 공기로 가득한 2천700만명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로 변모했다.
저자들이 만난 상하이 자오퉁대 수석연구원인 시장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상하이와 같은 도시에서 생기는 혼란은 앞으로 도입될 이동수단을 주도하는 데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AI가 상하이에서 안전하게 주행하도록 훈련받을 수 있고, 중국의 자율주행차가 쏜살같이 달리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피해 다니면서 갑자기 무단횡단하려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논리다.
대부분 자율주행이 그려낼 장밋빛 미래에 관심이 많지만, 그 이전의 단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완전한 자율주행 이전인 '반자율주행' 시장이다. 책에선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설립자인 로버트 RJ 스카린지가 출시를 예고한 반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 SUV와 픽업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책에선 육지가 아닌 하늘과 땅 밑의 탈것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대개 육지에서의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하늘과 지하에서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한 경쟁도 만만치 않게 치열하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에어버스·보잉과 같은 대형 항공사까지 100개 이상의 기업이 새로운 전기 비행선과 헬리콥터, 초고속 지하철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이동수단들은 법과 규제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책은 추락 등 위험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더 빠르면서도 더 좋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 에어택시의 도입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보여준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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