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안의 시한폭탄 '뇌혈관동맥류' 뇌혈관 약한 부위 부풀다 터져…파열 전까지 무증상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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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4 07:46  |  수정 2021-05-04 11:05  |  발행일 2021-05-04 제16면
비파열성 유병률 10만명당 2천~4천명
출혈시 10명 중 7명 사망하거나 장애
전문의와 MRA·CTA로 진단 가능
머리 여는 수술 않고도 치료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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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GOD출신의 배우 윤계상(42)씨는 지난해 뇌혈관 동맥류 수술을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윤씨는 최근 남성 패션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뇌혈관 동맥류 판정을 받은 이후 혈관에 스텐트와 코일을 심었다고 전했다.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미리 발견해서 다행인데 그런 걸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몰랐으면 어느 날 갑자기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연한 계기로 발견하고 다시 한 번 살 기회를 받은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배우 정일우(33)씨도 7년가량 전인 20대 중반에 뇌혈관 동맥류 진단을 받았고 이후 "충격을 받아 한 달 넘게 칩거했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강박과 무서움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유명배우를 포함한 유명인들이 뇌혈관 동맥류 등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질환의 경우 한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탓에 진단과 치료를 받은 이들 대부분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등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고백하고 있다.

◆'뇌(腦) 안의 시한폭탄'이라고 알려진 뇌혈관 동맥류

뇌혈관 동맥류란 뇌동맥 일부가 어떠한 원인들로 인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머리 안쪽으로 들어온 혈관부위 중 약한 부위가 흐르는 피의 압력을 지탱하지 못해 풍선처럼 부풀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파열될 경우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

뇌혈관 동맥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종, 성별(여성),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 및 혈관의 해부학적 변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많은 연구에 따르면 비파열성 동맥류의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2천~4천 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뇌동맥류는 대부분 후천적 질병으로 혈관벽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이 있는 탓에 노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생길 수 있다.

뇌혈관 동맥류가 다른 질환들보다 조금 더 무서운 이유는 파열되기 직전까지 아무런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감기에 걸린 환자가 폐렴으로 진행될 경우 기침, 가래, 고열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지만 동맥류는 파열돼 뇌출혈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거기다 동맥류가 파열되어 뇌출혈이 발생하게 되면 파열된 10명의 환자 중 7명은 사망하거나 심한 장애를 가지게 되어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어떤 증상을 통해 이를 예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는 있다. 크기가 크거나 주변에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뇌신경이 있어 주변 조직을 압박하는 경우에는 파열되기 전에라도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시신경을 압박해 생기는 시야결손 △눈의 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을 압박해 생기는 이중시 △뇌의 뇌척수액의 통로를 눌러 생기는 수두증에 의한 보행장애 등이 있을 경우 뇌동맥류가 곧 파열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뇌혈관 동맥류 진단은 어떻게 하나

이런 탓에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사전에 찾아내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20~40대 등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연령에 구별없이 정기적 검사를 통해 조기발견 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료진은 입을 모았다.

전문의들은 "뇌혈관 꽈리라고 알려진 뇌혈관 동맥류는 발생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혹시 이것이 파열되는 경우에는 매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기적인 검사는 컴퓨터단층촬영 혈관조영술(CTA-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의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뇌혈관 동맥류 유발요인을 가지고 있거나 가족 중에서 뇌졸중을 경험한 사례가 있을 경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CTA나 MRA 등의 검사를 통해 동맥류 진단을 받은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이때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상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동맥류의 크기, 모양, 위치 그리고 여러 상황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의 방법은 고식적인 개두술을 통한 클립 결찰술과 혈관을 통한 코일 색전술 및 혈류변환술 등이 있고 환자의 상황과 동맥류의 성질에 따라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영남대병원 정영진 교수(신경외과)는 "최근에는 머리를 여는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도 동맥류를 치료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의 환자들보다 조금 더 쉽고 안전하게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면서 "그런 만큼 조금이라도 병이 의심되는 경우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를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도움말=정영진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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