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3] 예비문화도시 사업의 방향성과 실현 방안

  • 박종진,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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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6 07:52  |  수정 2021-06-27 14:10  |  발행일 2021-05-26 제22면
'달성 살면 달성사람'…서로 돕고 베푸는 문화공동체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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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화원읍 옛 화원운전면허시험장은 올 연말까지 문화 공유지로 활용된다. 주민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다채로운 실험과 문화 활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사진 제공=달성군

긴 항해에 나선 배 안에 항법 장치나 나침판이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더욱이 기상악화로 북극성조차 찾을 수 없는 처지라면. 배는 십리도 못 가서 항해를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야 할 방향(항로)을 찾지 못하면 배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 항해뿐만 아니다. 인생에 있어서도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방향성이다. 진행 과정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도 방향성만 유지된다면 최종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업이 뚜렷한 목표와 방향성을 우선 설정한 뒤 계획을 실행하는 이유다. 달성의 예비문화도시 사업도 마찬가지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밑그림은 그려져 있다. 또한 물감이 선(가이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유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달성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문화도시 이미지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한 설정이다. '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3편에서는 예비문화도시 사업의 방향성과 실현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수용의 도시서 호혜로운 도시로"
주민 의견수렴·거버넌스 구축 심혈

문화한끼·달성 BnB사업 등 추진
'법정 문화도시' 지정 마중물 기대
옛 화원운전면허시험장 공간 활용
문화공유지사업 가장 눈여겨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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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주도형 공모사업인 '달성을 상상하다'에 참가한 해늘공방팀이 지역 어린이들과 미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용의 도시에서 호혜로운 도시로

달성이 추진하는 문화도시의 비전은 '달성 살면 달성 사람 들락날락 달성'이다. 지역 정체성 확립은 물론 주민들의 고장에 대한 애착심과 긍지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달성은 '누구에게나 호혜로운 도시'를 추진 목표로 세웠다. 호혜로운 도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돕고, 베푸는 이웃이 사는 곳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공동체로의 회귀다. 공동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community'는 선물이라는 뜻의 'munus'와 더불어라는 뜻의 'cum'이 결합한 형태로 직역하면 서로 베푸는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달성은 호혜로운 도시의 의미를 '상호 인정과 존중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문화를 확립하고, 누가 어떤 고민을 안고 있으며 이를 공동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도시'로 확장한다.

결국 다양한 문물을 받아들여 온 '수용의 도시'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공동체 가치를 구현하는 도시를 꿈꾸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목표를 바탕으로 달성은 주민의 다채로운 삶과 이야기에 주목, 그들이 건강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새로운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이를 근간으로 무수히 많은 호혜로운 활동이 이뤄지는 도시로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 이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달성이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호혜로운 도시 조성을 위해 달성은 크게 두 가지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체계적인 의견 수렴 시스템 마련과 주민-전문가-행정으로 이어지는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이다. 달성은 예비문화도시 사업에 있어 무엇보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열쇠를 주민이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주민 의견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문화도시 사업의 주체를 주민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버넌스 구축은 사업의 방향성과도 직결된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주민 의견을 모아내고 실제 행정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달성 주민들은 거버넌스 구축의 기초가 되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문화도시 생태계의 기초단위인 '라운드 테이블' 통해 다양한 소규모 모임을 갖추고 있는 것. 또한 시민주도형 문화활동 지원 사업 '들락날락 달성의 상상'도 거버넌스 구축의 한 축을 이룬다. 지원 사업 참가자들은 실험적인 활동을 하면서 다른 단체와 교류·협력하고, 서로가 성장하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작은 거버넌스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라운드 테이블, 문화도시 추진단에 이어 민간·행정·전문가가 함께하는 '문화도시 추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면 달성의 문화도시 거버넌스도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또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행정협의회'는 물론 다른 도시와 함께 문화도시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상생 협의체도 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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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연주자와 주민이 함께 팀을 이룬 '첼로 위로'가 달성의 작은 카페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달성문화재단 제공>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파일럿 사업

예비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기반으로 한 사업도 병행 중에 있다. 구체적으론 △달성을 상상하다 △문화한끼 △달성 BnB △문화 공유지 조성 사업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파일럿'으로 실험성이 강하다. 주민 주도로 사업을 이끌어갈 예정이라 진행 과정이 유동적이다.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다가 얼마든지 사업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가장 눈여겨볼 사업은 문화 공유지 조성사업이다. 권역 내 거점을 기반으로 지역 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특히 이 사업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개념이 아니다. 현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문화공간으로서 가치를 끌어내는 데 의의를 둔다.

문화 공유지 대상 가운데 옛 화원운전면허시험장 공간을 2021년 예비사업으로 우선 활용한다. 올 연말까지 주민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다채로운 실험활동과 문화활동이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달성 문화도시의 추진 목표인 '건강한 관계 맺음'의 연장선이다.

폐허가 된 운전면허시험장 부지와 건물 대부분을 그대로 이용하는 게 이채롭다. 기능 시험장 도로에 텐트를 치거나 부스를 만들고,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프로그램 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야외 열린 문화공간인 셈이다. 또한 지금은 존재 가치를 잃은 운전면허시험장이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의의도 갖는다.

달성은 운전면허시험장을 활용한 예비사업이 법정 문화도시 지정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문화 공유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이 활성화되면 달성의 대표 관광지인 사문진 나루터와 화원유원지도 문화 공유지로 활용할 심산이다.

달성 BnB 사업도 유휴공간 제공과 연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화 공유지와는 달리 좀더 작은 규모의 공간을 활용한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제공하는 공간도 포함된다. 몇몇의 주민 또는 한정적 범위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공동의 작업을 하는 개념이다. 향후 거점 간 연계 활동은 물론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컬래버(협업) 활동도 가능하다.

공간 공유도 행정과 전문가 심사가 아닌 기존 활동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당사자 주도형'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미 지역 내 다양한 유휴공간을 발굴해 담당부서와 활용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

문화한끼는 지역 내 다양한 이들이 만나 식사를 하며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는 활동이다. 일반 시민부터 지역 내 예술가, 문화기획자, 생활문화 동호회, 시민단체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느슨하지만 지속가능한 관계망을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둔다. 당초에는 주민들이 산업단지를 찾아가 노동자들과 주기적인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보다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문화사업을 계획한 것. 하지만 장소를 산업단지로 특정하지 않고, 마을에서 행사를 갖거나 마을과 마을이 교류하는 문화 행사로 진행할 계획이다.

달성을 상상하다는 지난해 진행된 시민주도형 공모사업이다. 지역사회의 각종 이슈를 문화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의도로 마련됐다. 지역이나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평소 하고 싶었던 활동을 자유롭게 실험하도록 했다. 이 사업은 주민간 인적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의견 수렴 시스템 마련 등에도 큰 역할을 했다. 더욱이 사업의 취지와 목적이 달성이 지향하는 호혜로운 도시의 정체성과도 연결돼 있어 향후 다른 사업에도 다양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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