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집밥해결사' 밀키트, 이젠 건강식으로 즐겨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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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5   |  발행일 2021-06-25 제35면   |  수정 2021-06-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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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이는 'Meal(식사)+Kit(세트)'라는 의미로 '쿠킹 박스' '레시피 박스' 라고도 하는데 '가정간편식(HMR)'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메뉴에 맞게 손질된 재료와 양념까지 공급하기 때문에 별다른 요리기술이 필요치 않은 게 특징이다. 사진은 군위에 있는 경북친환경영농조합법인 친환경농산물 전문 밀키트 브랜드 '진정한팜'이 올해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채소닭고기솥밥' 밀키트.
'밀키트(Meal Kit)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밀키트, 이는 'Meal(식사)+Kit(세트)'라는 '식사 세트' 의미로 '쿠킹 박스' '레시피 박스'라고도 불리며 '가정간편식(HMR)'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예전 여러 식재료를 한꺼번에 가정으로 배송해주는 '식재료 꾸러미'와도 조금 차이를 보인다. 가정간편식은 이미 어느 정도 요리가 되어 있어서 데우거나 약간의 첨가로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반면,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진화하는 밀키트 시장
메뉴에 맞게 손질된 재료와 소스
요리 초보자도 10~15분이면 뚝딱
간편하면서도 조리하는 즐거움 줘
CJ·이마트·야쿠르트도 제품 출시
코로나 영향, 시장 2년새 5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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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내용물을 냄비에 넣고 밥을 짓기 직전. 밀키트는 메뉴에 맞는 수제 소스까지 함께 포장되어 있다.
◆요리에 소질없어도 무방

조리 전 냉장 상태의 식재료를 배송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신선한 재료를 직접 요리해 외식보다 저렴하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요리 초보자도 밀키트 제품을 이용하면 10~15분 만에 찌개나 볶음 등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현관문 앞까지 배달돼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 모든 재료가 잘 손질돼 있어 따로 씻거나 다듬는 번거로움도 없다. 이에 편의성을 갖추면서도 직접 조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부터 밀키트가 대박을 친 건 아니다. 나름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동안 밀키트가 '핫'했지만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격이 비싸고 밀키트로 출시되는 메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밀키트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선 것.

밀키트 배달 사업은 2008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외식물가가 비싼 스웨덴에서 스타트업 '리나스 맛카세'가 손질된 식재료를 정기 배송하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2년 스타트업 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이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밀푀유나베가 첫단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345억원이던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882억원으로 442% 급증했다. 국내 밀키트 문화의 첫 단추는 국물요리인 '밀푀유나베'였다. 배춧잎과 깻잎, 고기를 잘라 겹겹이 냄비에 쌓은 뒤 끓이는 밀푀유나베는 조리가 까다로운 음식이다. 하지만 밀키트를 활용하면 단 20분 만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어 손님 초대용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레스토랑 외식 메뉴를 밀키트로 만든 'RMR(레스토랑 간편식)', 해외여행을 못가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글로벌 이색 메뉴 밀키트'까지 등장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16년부터 불이 붙는다. 프레시지, 마이셰프, 닥터키친 등 스타트업이 개척했다. 이후 밀키트 시장이 커지자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업계와 GS리테일과 이마트 등 유통업계까지 모두 뛰어들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019년 4월 밀키트 전문 브랜드 '쿡킷'을 처음 선보인 CJ제일제당은 현재 20여 종에 불과한 밀키트 메뉴를 100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메뉴 개발엔 특급호텔 근무 경력이 있는 CJ 소속 셰프 11명이 참여할 모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던 자사 밀키트 브랜드를 '피코크'로 합쳤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은 최근 200여 종의 밀키트를 모아놓은 밀키트 전문관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셀럽스픽'을 출시했다. 국내 식품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통식품을 재료로 한 밀키트를 선보이는 일종의 '편집 브랜드'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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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간편하게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제품 출시
경북친환경영농법인 '진정한팜'
전국 농가 200여곳과 계약 재배
닭고기·장어…솥밥시리즈 인기
참외 넣은 들기름국수도 선보여
"가성비 좋은 양질의 메뉴 강점"


◆경북친환경영농법인 친환경 밀키트 출시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싸서 건강을 생각하지만 쉽게 구입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 코로나로 인해 면역증강에 더욱더 관심이 집중돼 있는 요즘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하지만 여러 제약조건이 많다. 특이하게 우리나라엔 친환경 농산물 전문 도매시장이 없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이나 대구 매천시장 등은 생산지 농장에서 소비자로 바로 직거래하는 유통 구조다.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한살림이나 아이쿱자연드림 같은 곳은 소매점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좋은 최상급의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나 레스토랑 업주는 산지의 농장과 직거래를 하거나 소매점에서 매입을 해야 한다. 소형의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한 비스트로나 비건 베이커리 같은 경우는 한살림이나 자연드림에서 식재료를 매입해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에 판매단가가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다.

전국 20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서울·경기권, 경북 일부의 1천여 학교에 단체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올해 16년차 경북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사장 고병훈). 군위에 있는 이 법인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재고가 쌓이고 매출까지 반토막 난 것. 고민을 하다가 파워 푸드블로거 겸 푸드디렉터 전문양씨의 제안으로 공동으로 '진정한팜'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친환경 밀키트를 돌파구로 정했다.

매일 법인 내 마련된 밀키트 키친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전씨는 밀키트 시장이 아직 사각지대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뭔가 부실하고 여느 밀키트는 건강이 취약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겨주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솥밥시리즈, 스키야키, 닭갈비, 민물장어에 이어 샤브샤브, 카레 등 기존 밀키트에서 모방할 수 없는 20여 종의 신감각 음식을 공급할 계획이다.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시그니처 챕터 1인 '친환경솥밥시리즈'. 6종의 채소와 닭고기로 구성된 '채소닭고기솥밥' '버섯새우솥밥' '가지소고기솥밥' 등 6종의 솥밥시리즈를 출시한데 이어 장어솥밥과 문어솥밥까지 추가했다. 숯불에 구운 허브장어를 쌈채소와 함께 세트로 출시했는데 진정한팜 온라인쇼핑몰에서 4시간 만에 품절사태가 일어났다. 참외를 넣은 '들기름비빔국수'는 여름을 겨냥했는데 오이 대신에 참외를 넣었다는 게 포인트. 현재 솥밥밀키트는 모든 계층이 다 좋아하는 핫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씨는 "제대로 된 음식을 해먹을 겨를이 없는 시절이 됐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전국에선 드물게 친환경 전문 밀키트를 개발했다. 누구나 아는 메뉴를 양질로 가성비 좋게 구성했다는 게 우리 밀키트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선도 유지어렵고 포장 과다...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도 많아

아직 손봐야 하는 부분도 많다. 밀키트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4~5일 이내로 짧다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크다. 또 사전 주문 방식을 통해 가정으로 배달되는 경우가 많아 수요 예측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들어 배송하는 시스템인데 수요 예측이 쉽지 않고 신선식품이다 보니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야채를 얼리면 색이 변질되거나 식감이 나빠져 냉동 밀키트에 필요한 급속 냉각 기술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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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도 문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통 2인 기준 평균 1만원이 넘는 가격이 직접 재료를 사서 해 먹는 것보다 비싸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지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밀키트 제품들은 각 재료가 따로 포장돼 있어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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