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소비시장,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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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9 12:54  |  수정 2021-10-10 15:05  |  발행일 2021-10-18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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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소비 시장 트렌드는 비대면·온라인화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오프라인 상가 중심의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업체 또한 코로나19 이후를 위해 각종 온라인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영남일보 DB

일상의 비대면·온라인화 시대적 추세에 코로나19로 한층 부각
"외형 변화에 초점 맞춘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지원사업
구조적·실질적인 지원 방법을 찾고, 아낌없이 펼쳐나가야"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비대면·온라인화가 꼽힌다. 국가통계포털(KOSIS) 온라인 쇼핑몰 판매액이 조사된 2017년 1월 판매액은 7조3천1백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8월 기준 온라인 쇼핑몰 판매액은 약 15조7천7백억원이었고,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한 지난 7월은 약 16조1천8백억원이다. 불과 4년6개월여만에 약 2.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 조사가 기록된 이래 직전 년도 같은 달 대비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시기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가 아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2월 이후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이 직전 년도 동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때는 올해 3월이었다. 올해 3월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은 2020년 3월(12조5천7553억원)보다 26.9% 늘어난 15조9천58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년도 대비 같은 기간 대비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때는 2018년 10월(10조16억원)로, 2017년 10월(7조6천618억원)보다 30.7% 증가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더 많은 인구가 일상의 비대면·온라인화를 위해 온라인 쇼핑을 찾은 것 처럼 보이나 실상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오히려 일상의 비대면·온라인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흐름일 뿐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부각됐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기간 중 직전 달 대비 온라인판매액이 가장 높았던 때는 올해 3월로, 올해 2월보다 14.7% 증가했다.

하지만 직전 월 대비 온라인판매액 증가 추세를 보았을 때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9년 3월이었다. 2019년 3월(11조2천962억원)은 직전 달인 2월(9조6천668억원)보다 온라인판매액이 약 1조6천295억원 증가해 16.9%의 증가율을 보였다.

금액으로만 따지만 올해 2월 13조9천158억원이었던 온라인판매액이 다음 달 15조9천546억원 수준으로 약 2조 400억원 증가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가세로만 본다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판매액이 기존보다 극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17년도 이래 연도별 온라인판매액 증가율은 코로나19가 진행된 지난해 가장 낮았다. 2018년 온라인쇼핑액의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은 20.3%였다. 2019년에는 20.6%였고, 지난해는 16.7%로 오히려 증가세가 줄었다.

◆ 국내로 돌아선 소비, 백화점으로 몰리나?

전년도 같은 달 대비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2018년 10월, 대형소매점판매액은 오히려 5.7%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 온라인쇼핑몰 성장세가 두드러질수록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매출은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전 년도 대비 줄곧 한자릿수 성장 혹은 두자릿수 감소 등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던 대형소매점판매액은 올해 2~5월 4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5월 대형소매점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2월 26.4%, 3월 27.7%, 4월 16.5%, 5월 13.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대형소매점판매액은 2019년 같은 달보다 2월엔 12.0%, 3월 21.0%, 4월 3.5%, 5월 3.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쇼핑몰 판매액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기간을 거치는 동안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코로나19를 지나오는 동안 대형소매점판매액은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기존보다 더욱 공고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비대면·온라인 시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왔고, 해외로 유입되던 소비 지출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내로 잠시 유입됐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지난해 2~4월 대구지역 백화점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2.7%, 58.0%, 25.2% 감소했다. 이후 올해 1월까지 판매액이 소폭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 유지했으나 올해 2~4월 각각 50.7%, 136.3%, 48.4%의 신장세를 보이며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후 5월 18.6%, 6월 9.9%, 7월 11.0% 등 코로나19 이후 억눌린 소비심리가 보복소비를 불러 일으키며 백화점 업계 매출은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 소상공인시장 경기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동월 대비 지난해 월별 전망은 3월(-5.5%)을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올해는 2월부터 줄곧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 전통시장 온라인화 대구 현황은?

코로나19는 일상의 비대면·온라인화로 인해 소비 시장이 변해가고 있는 트렌드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소비 시장의 비대면·온라인화는 체감하지 못했을 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고, 코로나19로 더욱 익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직접 찾아가 상품을 확인한 뒤 구매를 하는 오프라인 시장의 경우 해외 소비 지출의 대체재를 찾아 몰렸다. 결국 전통시장 및 중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시장만이 일종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서 오프라인 시장이 다시금 과거의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오프라인 시장은 상시적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익숙해졌던 비대면·온라인 방식 소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고, 미리 대비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행인 점은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의 디지털·스마트화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비대면 거래를 돕기 위한 온라인 진출 지원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특성화 사업 및 온라인 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대구지역 10여개 시장이 비대면 판로개척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를 꼽을 수 있다. 서남신시장 및 칠성시장, 칠성진·경명시장, 와룡시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동네시장 장보기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 지원사업 혹은 시장 자체 예산을 통해 비대면·온라인 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상인들이 공동배송센터에 물건을 가져다 놓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공동배송센터에 놓인 제품을 배송기사들이 회수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시간에 맞춰 주문하면 빠른 배송도 가능하다. 서남신시장의 경우 올해 이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1만여건이 넘는 주문 건수를 기록했다.

하루 두 번 정기배송을 하는 'Go배달' 서비스를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인 신매시장의 경우 올해 8월까지 1억6천여만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이는 수성구자활센터와 함께 서비스를 이어가며 사회적 기여까지 가능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스마트 시범상가 지정사업'에 대구지역 7개 상권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스마트 시범상가 지정사업은 소상공인이 밀집된 상권에 비대면 주문 시스템인 스마트오더와 미러링, 키오스크, 서빙로봇, 디지털 사이니지 등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스마트 시범상가에 이름을 올린 곳은 복합형 상가로 북성로 상점가, 터미널30길 상점가, 원고개시장, 동대구신시장, 동천역상가, 성서아울렛타운 등 6곳이며, 일반형 상가는 두류젊음의광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선정된 서문야시장, 칠성야시장, 와룡시장 3곳을 포함해 대구지역 스마트 상가는 모두 10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공모에 선정된 상가는 1개 상권당 최대 2억1천만원의 국비가 지원되고, 소상공인 스마트화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된다.

내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에 선정된 대구지역 시장은 현재까지 31곳이며, 확보된 예산은 약 30억에 달한다.

최근 대구시의회 본회의 시정질의를 통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의 시급함을 알린 김지만 대구시의회 예결특위원장(국민의힘·북구2)은 "코로나19 이후 목격했듯이 비대면·온라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며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과 함께 머리를 맞대 외형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지원 사업이 아닌 구조적·실질적인 지원 방법을 찾고, 아낌없이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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