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解憂所(해우소)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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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6   |  발행일 2022-09-16 제23면   |  수정 2022-09-16 06:41

1970년대까지 '그레이하운드'라는 고속버스가 운행했다. 팔과 다리가 매우 긴 경주견 그레이하운드 로고가 생각난다. 고급 고속버스의 대명사였다. 화장실이 딸린 2층 버스였다. 장거리 운행 도중 용변이 자주 마려운 승객에겐 구세주였다. 자고로 잘 먹고 볼일도 시원하게 봐야 한다. 이게 건강의 척도다. 숨넘어갈 때까지 누구나 바라는 바다.

믿기 어렵지만 화장실 사용이 어려운 직업군이 있다. 건설 현장 근로자들이다. 한 층마다 철근 작업과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다 보면 올라갈수록 지상으로 내려와서 볼일을 보기란 힘들다. 그래서 작업 현장에서 해결한다. 최근 신축아파트 입주민이 인분 냄새로 건설업체를 고발했다. 아파트 벽에 있던 인분의 냄새가 내부로 흘러들었던 모양이다. 또 국내 바이오 분야를 주름잡는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백 명이나 되는 여성 직원 수에 비해 여성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비뇨기과 질환을 앓는 여성 직원이 많다고 한다. 6천원대 치킨을 출시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 대형마트에선 튀김 담당 셰프들이 서너 시간씩 용변을 참으면서 닭을 튀기고 있다고 한다.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용변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은 누구나 있다. '근심을 해소하는 장소'라는 의미로 사찰 내 뒷간을 '해우소(解憂所)'라고 했다.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다. 정치권에서 유행 중인 짐승 관련 사자성어로는 임팩트가 너무나 약한 나머지 이를 차용했다. 필요할 때만 온갖 아양을 떠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수두룩하다. 국민과 소비자가 이들을 응징해야 한다. 국민성이 착해선지 잘 안 된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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