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장애인 대학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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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7   |  발행일 2022-02-07 제26면   |  수정 2022-02-07 07:24
장애학생 대학 진학률 낮아
교육환경과 인식 개선 절실
장애유형 맞춤형대학 창출
전문적 기술능력 익히도록
국가차원 정책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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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2019년 9월 그리스에서 열린 아테네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마라토너가 세계 최초로 가이드러너 없이 혼자서 42.195㎞를 완주했다. 시각장애인이 마라톤 풀코스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시각 정보를 청각 신호로 변환해주는 3D 카메라와 초정밀 GPS 등이 집약된 웨어러블(wearable) 기기 덕분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IT기술 발달과 함께 장애인들의 신체적 한계가 극복되면서 장애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으며, 더 많은 사회 참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디지털 하이테크 시대에 발맞추어 장애인들도 수준 높은 기술과 전문성을 익힐 수 있는 대학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장애인이 늘고 있다. 2003년 145만여명으로 등록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 대비 3.5%였으나 2020년에는 260만명을 넘어 5.1%로 증가하였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장애인 수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다. 장애인의 증가와 함께 일반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2017년도 8만9천353명에서 2021년도에는 9만8천154명으로 10%가 늘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 학생의 수는 매우 적다. 2021년 2월 기준 특수교육대상자 졸업생 중 전문대와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장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낮은 것은 장애의 유형 및 특성에 맞는 대학교육 여건과 환경 조성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을 위한 대학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애 학생에 대한 벽을 허무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가 중요하다. 현재 일반 대학은 장애 학생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교육 여건 및 캠퍼스 환경도 문제이지만 대학교 구성원들의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부족하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물리적 환경 조성과 함께 장애 학생의 대학 진학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장애 학생의 대학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장애 학생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대학체제도 필요하다. 음악·미술·체육 분야와 외식서비스·대인서비스·생산제조 분야 등 장애 유형에 따른 맞춤형 특성화 단과대, 한국복지대학교(국립)와 같은 경증 장애 학생을 위한 완전통합형 대학,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닌 평생교육 형태의 대학교육 제공 등 맞춤형·특성화형 대학 모델 창출이 필요하다. 학령인구가 줄고 입학생이 감소하여 늘어나는 대학의 잉여시설을 활용하면 장애 학생 대학교육 기회를 크게 넓힐 수 있다.

장애 학생 대학교육 정책은 선심형·소진형 정책이 아니라 장애 학생들에게 전문적 기술 능력을 길러주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또한 장애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교수, 특수교사, 직업재활사, 복지사 등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장애인식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장애 학생의 대학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장애인 대학교육을 위한 국가주도형 포용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미국의 로체스터공과대학이나 일본의 쓰쿠바기술대학처럼 비장애인들과 동일한 기술을 장애 특성에 맞게 가르치는 대학교육 체제가 하루빨리 수립되어야 한다. OECD 국가 중 제일 열악한 특수교육 문제가 대선 공약으로 다루어져 장애인들의 삶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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