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대신 나선 '경산 채석장 확장' 법적 공방…1심 뒤집고 '채석장 패소' 판결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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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3 15:24  |  수정 2022-02-13 15:26  |  발행일 202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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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법원 전경. 영남일보 DB

경북 경산의 한 채석장 확장을 둘러싸고 채석장과 주민 간 뜨거운 법적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항소심 법원이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태현)는 경산시 남천면의 A채석장이 경북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토석채취변경허가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채석장 손을 들어준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A채석장은 경북도로부터 토석 채취 허가를 받은 사업장을 1995년 인수했고, 몇 차례에 걸쳐 토석채취 연장허가·변경허가 등을 받으면서 운영해왔다. 2019년 A채석장은 기존 사업부지를 확장하고 채취량을 늘리기 위해 경북도에 경산시 20만7천638㎡에 대해 허가기간을 2028년까지, 토석채취량을 815만4천297㎥로 변경하는 토석채취 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경북도지사는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지방산지관리위원회 심의 결과 '부결'이 됐고, A채석장이 기존 토석채취허가지 연접 산림의 불법 훼손 지역에 대해 복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에서다.


A채석장은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2014년, 2016년, 2019년 사법처리를 받은 적 있다. 채석장의 완충지역 설정이 허가기준에 부적합하며, 단기간 과다한 토석 채취 계획 수립을 하는 등 '토석채취허가기준'에 부적합하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A채석장은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11월 대구지법 1심은 경북도지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경북도 측은 검사의 지시에 따라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자 경산시 남천면 주민들이 대신 들고 일어났다. 경북도 대신 피고 보조참가인으로서 항소(영남일보 2021년 11월 18일 6면 보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항소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2020년 11월30일, 주민 178명의 소송대리인이 항소장을 제출했다.

A채석장 측은 주민들의 보조 참가 신청이 부적법 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주민들의 참가 적격을 인정했다. 보조참가인인 주민들이 사건 신청에 관한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어 직접적인 환경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경북도지사의 불허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취소돼야 한다"라는 채석장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예상 벌채 구역 면적은 10만8천702㎡, 벌채 수목 수는 9천495본에 이른다. 임야가 장기간에 걸쳐 훼손되고, 채석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 소음, 진동으로 인한 주민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지역 주변은 1980년대부터 3곳의 채석 현장에서 토석 채취가 계속돼, 30년 넘게 그 부작용이 누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허가지역에 대한 토석채취허가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기존 허가보다 허가면적이나 토석채취량을 확대하는 내용의 허가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자연환경이나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 피해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사건 불허가 처분으로 인한 국토환경의 보전 및 주민 환경권·건강권 보호 등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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