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대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갈등 '1년째'…'주민행복'vs'종교자유' 여전히 팽팽…지자체 중재 먹힐까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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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2 07:48  |  수정 2022-03-02 07:50  |  발행일 2022-03-0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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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은 건축주와 주민들 간 갈등으로 골조만 앙상한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대구시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지역 주민과 건축주와의 갈등이 1년째 이어지며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2월16일 대구 북구청이 주민 민원을 이유로 대현동 이슬람 사원에 대한 건축 중단 명령을 내린 이후 현재까지 해당 부지의 건축물은 앙상한 골조 상태로 남아있다. 법원은 이슬람사원 건축주가 제기한 재판에서 북구청의 행정 처분에 대한 법률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 공사장에 집회천막 마련
건축자재·굴착기 등 진입 차단
법원 신축허가 후에도 골조상태
"주민불편·애로사항 무시한 결정"
사원 건립 반대입장 재차 강조

대책마련나선 대구시·북구청
양측 개별상담·회의 구성 추진


1일 찾아간 대구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사원 건립 예정지. 3·1절을 맞아 태극기를 걸어둔 마을의 주택들 사이로 한 골조가 앙상한 이슬람사원의 모습이 보였다. 골조물이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별도로 마련한 집회 천막에서 수시로 모여 건축 자재가 공사장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대구지방법원은 이슬람 사원 건축주 이스마일씨 등이 북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공사는 느리지만 조금씩 진행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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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는 주민들이 설치한 사원 건축 반대 집회 천막이 마련돼 있다.

지난 달 17일과 21일에는 공사용 굴착기를 건설 현장에 투입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상수도 설치를 위해 공사 관계자들이 대현동 이슬람사원을 다녀가기도 했다.

주민들은 주거 밀집지역에 이슬람사원이 건립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현동 주민 박모(60)씨는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데, 이런 동네에 사원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주민 조모(81)씨는 "처음에는 건물이 올라갈 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예상밖에 대형 건축물이 올라갔고 이 시설이 이슬람 사원으로 지어진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 "보초 근무까지 서가며 1년 넘게 사투를 벌이면서 몸도 마음도 다 상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은 이슬람사원 건축 허가가 주민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모씨 등 주민 238명이 연대 서명한 주민감사청구서에는 "지난 7년간 종교 활동으로 동네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 왔다. 인근 주민들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건축허가를 했다"며 "이는 주민들의 공익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고 적혀 있다.

대구시와 북구청도 이슬람 사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지난달 24일 대구시와 북구청은 대구시청 본관에서 외부 갈등 관리에 능통한 전문가 2명을 초청해 대책 조율에 나선 바 있다. 북구청은 해당 컨설팅을 바탕으로 향후 이슬람 사원 건축주와 주민들을 개별적으로 상담하고 갈등 중재 회의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북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이슬람사원 관련 갈등이) 너무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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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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