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1) 옥포 벚꽃길과 옥연지 송해공원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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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8 08:12  |  수정 2022-06-09 10:31  |  발행일 2022-03-28 제21면
연분홍 벚꽃터널 낭만 드라이브…'핫플' 송해공원 둘레길 걸으며 힐링

옥포벚꽃길1
매년 봄이면 대구 달성군 노인복지회관부터 옥연지 송해공원까지 약 1㎞ 구간에 걸쳐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차도 외에도 산책로와 데크길이 마련돼 있어 여유로운 봄나들이가 가능하다.

■ 시리즈를 시작하며= 대구 달성은 천혜의 자연과 함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고장이다. 또 대구시 지정 1·2호 관광지를 보유한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달성은 언택트(Untact) 관광지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탁 트인 대자연에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명소가 즐비한 데다 한가롭게 둘러볼 만한 역사문화 유산도 산재해 있어서다. 달성의 대표 명소인 '12경(景)' 역시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벚꽃 터널에 내리는 '연분홍 꽃비'


'대구 아름다운길' 선정 옥포 벚꽃길
달성 노인복지회관~송해공원 구간
봄이면 개나리·산수유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나들이 명소로 인기
데크길도 마련돼 산책하며 봄 만끽


어느덧 낮이 밤보다 길어진다는 춘분(春分)이 지났다. 며칠 동안 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더니 여지없이 봄이 찾아왔다. 공기의 냄새, 느낌마저 다르다. 볼을 스치는 바람도 살갑다. 완연한 봄이다. 전령사들은 바쁘게 봄소식을 알린다. 개나리와 산수유,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렸고 목련도 우윳빛 뽀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상춘객(賞春客)의 발걸음을 재촉할 벚꽃도 가장 극적인 등장을 위해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다. 어느 정도 '밀당'을 벌이다 이내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올해 대구지역 벚꽃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조금 이르다.

대구의 벚꽃 명소로는 이월드와 두류공원, 팔공산, 아양교 등이 손꼽힌다. 매년 분홍색 벚꽃이 만개하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 반 꽃 반이다. 달성에도 벚꽃놀이를 즐기기 좋은 곳이 많다. 대표적인 장소가 옥포 벚꽃길이다. 달성 12경 중 하나인 옥포 벚꽃길은 '대구 아름다운 길'에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빽빽이 하늘을 가린 연분홍 꽃잎과 노란 개나리가 함께 어우러져 봄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벚꽃축제도 열릴 정도로 지역의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화원옥포 IC, 도시철도 설화명곡역과 불과 2㎞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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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유가면 한정리 달창저수지 인근 벚꽃길 전경.

옥포 벚꽃길은 달성군 노인복지회관부터 옥연지 송해공원까지 약 1㎞ 구간 이어진다. 차량을 이용해 벚꽃 터널을 통과하는 '낭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차도 오른편에 산책로가 따로 마련돼 있어 좀 더 여유로운 봄나들이도 가능하다. 송해공원 제1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에는 개나리와 산수유꽃, 복사꽃이 함께 피어 꽃놀이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산책로와 맞닿아 있는 기세곡천 너머에도 벚꽃길이 조성돼 있다. 최근에는 데크길까지 마련돼 나들이가 한결 수월해졌다. 옥포 벚꽃길은 산책로와 둘레길이 잘 갖춰져 있어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가족 혹은 연인·친구들과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비슬산 대견봉 북쪽 사면에서 발원한 기세곡천은 낙동강으로 흘러나간다. 상류에는 용연사(龍淵寺)가 자리하고, 중류에는 옥연지(玉淵池)가 있다. 기세곡천은 2016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국가·지방하천사업 공모에 선정돼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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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에 벚꽃길이 생기게 된 데는 '군항제(軍港祭)'로 유명한 경남 진해와 연관이 있다. 1963년 옥포양조장을 운영하던 채상기씨가 진해를 다녀온 뒤 벚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자신의 고장에 벚꽃길을 만들게 된 것이다. 후세를 위해 용연사 길목에 벚나무 수백 그루를 정성 들여 심은 채씨의 '아름다운 발자취'는 벚꽃길 한쪽에 자리 잡은 공덕비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공덕비에 따르면 생전에 그는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뒤에 오는 이에게는 소중한 길이 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매년 봄이면 유가 한정리 달창저수지와 다사읍 박곡리에도 연분홍색 강이 흐른다. 달창저수지 벚꽃길은 한정교 초입~가태길~달창저수지 호반길을 따라 3㎞ 정도 이어진다. 수령 30~40년생 벚나무 800여 그루가 식재돼 있어 꽃놀이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사읍 이천리에서 박곡리로 이어지는 길도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옥포 벚꽃길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벚꽃 여행지 리스트'에 두 곳을 추가하면 된다.

◆볼거리 가득한 '핫플레이스'


대구 '뷰 맛집' 옥연지 송해공원
국내 최초 물 위에 띄운 달 조형물
해 지면 달 그림자 야경과 함께 운치
백세교 조형물도 포토존으로 활약
하늘정원은 송해공원 최고전망 자랑

벚꽃길이 끝나는 게 아쉬울 때쯤 너른 못이 눈에 들어온다. 옥연지, 송해공원이다. 원로 방송인 송해 선생의 이름을 딴 이곳은 새로운 '핫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르고 있다. 셀럽(Celeb·Celebrity 줄임말) 마케팅이 성공한 대표적인 관광지다.

나고 자란 고향은 아니지만 송해 선생과 달성군의 인연은 깊다. 황해도 출신인 그는 6·25전쟁 때 남쪽으로 건너왔다. 원래 이름은 송복희였으나, 남하하는 배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자신의 이름을 바다 해(海)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달성공원에서 통신병으로 복무 중 부인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부인 석옥이씨는 옥연지 동쪽 산자락에 자리 잡은 '기세마을' 사람이었다. 실향한 그에게 처가인 달성은 '제2의 고향'인 셈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송해 선생은 2011년 달성군 명예군민, 2012년 달성군 홍보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공원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백년 수중다리, 바람개비 쉼터, 전망대, 풍차 등이 나들이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옥연지 위에 떠 있는 커다란 보름달도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물 위에 띄운 달 조형물이라고 한다. 지름이 5m, 무게만 500㎏에 달한다. 특히 밤에는 물에 비친 달그림자가 주변 야경과 더불어 운치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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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연지를 가로지르는 백세교 중앙에 위치한 백세정.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백세교'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도 포토존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 조형물은 '2020 달성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된 김병규 작가의 작품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의 다정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송해공원 둘레길은 필수 탐방 코스다. 옥연지 일대 생태 환경을 가까이서 살펴보며 한적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옥연지 위를 태극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백세교를 건너면 둘레길이 시작된다. 다리 중앙에 위치한 백세정에서 옥연지 풍광을 오롯이 담은 뒤 둘레길로 진입하면 된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상수리나무와 고욤나무 연리목, 감태나무 연리지를 만나고, 일제강점기 금을 캐던 폐광산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이름하여 옥연지 금굴. 금굴은 길이 120m, 폭 2.7m, 높이 1.9m 규모로 용과 금을 테마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공원 한쪽에는 송해기념관도 들어서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기념관은 메인홀과 주제관으로 나뉘어 있다. 송해 선생의 60여년 활동상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물(전국노래자랑·영화·위문공연·오락프로·캠페인)과 물품(의류·신발·가방·음반·대본·악기·상패) 등 432점이 전시돼 있고, 카페와 하늘정원도 갖추고 있다. 하늘정원은 송해공원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뷰 맛집이다. 기념관 앞에도 심상찮은 조형물이 서 있다. 높이 10m 크기의 '호기심 많은 토끼'다. 거대한 크기와 함께 진분홍의 강렬한 색채로 단숨에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핫플'인 만큼 공원 주변은 항상 차들이 꼬리를 문다. 천막을 세워 지은 상설장터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공원 주변 상가도 북새통이다. 방문객을 환영하듯 공원 내 커다란 물레방아가 철퍽철퍽 돌고, 분수도 연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내친김에 비슬산 자락에 있는 용연사도 들러보면 금상첨화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 해설사
사진=달성군 제공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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