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6) 물 문화 상징 건축물 디아크, 바닷속 고래가 튀어오르는 듯…자연과 건축이 만나 예술이 되다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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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2   |  발행일 2022-05-12 제15면   |  수정 2022-06-09 10:32
지구와 하늘, 문화 기하학적 표현
형형색색 야간경관 명소로도 유명
광장에선 '대구현대미술제'도 열려
인근에 달성-고령 잇는 강정고령보
우륵교 전망대 낙동강 한눈에 조망
죽곡댓잎소리길도 산책장소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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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다사읍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디아크는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모양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함을 형상화한 건축물이다.

포항에서 발원한 금호강이 영천, 경산을 지나 대구로 흘러든다. 대구의 동쪽에서 율하천과 합류한 금호강은 북쪽(검단들)에서 크게 곡류한 뒤 다시 신천을 품고 계속 서진한다. 멀리 북쪽 강원도 황지연못에서 시작된 낙동강도 굽이굽이 영남권 구석구석을 훑고 남하한다. 안동·상주·문경·예천·구미·칠곡 등을 거쳐 거침없이 대구로 향한다. 이윽고 두 강줄기는 달서구와 달성군의 경계에 이르러 하나가 된다. 강과 강이 만나는 지점, 두물머리에는 이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말없이 지켜보는 건축물이 하나 있다.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지어진 디아크(The ARC)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6편에선 물 문화의 상징 건축물 '디아크'를 소개한다.

◆생명과 문화가 흐르는 강

강은 생명의 근원이자 젖줄이다.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강과 함께 삶을 유지하고 번성해 왔다. 인류도 마찬가지다. 강은 인류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사를 지을 비옥한 땅도 내줬다. 특히 강은 인류에게 있어 문화의 통로이기도 하다. 강을 따라 물류가 이동하고 문화가 전파된다. 금호강과 낙동강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두 강은 영남지방 교통의 동맥 역할을 해왔다. 많은 이들이 나루에 모여 교류를 하고, 강을 따라 학문과 사상·문화가 널리 퍼졌다. 강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더욱이 강은 그 자체가 문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갖춘 경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도 낙동강과 금호강은 시·문학의 대상이 됐다. 지역의 선비들은 부강정과 영벽정, 세심정, 하목정 등 강변에 누각과 정자를 지어 글을 쓰고 학문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때때로 강을 유람하며 경관에 심취해 시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선비들이 뱃놀이를 하던 모습은 '금호선사선유도'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17세기 초 낙동강과 금호강은 지역 유림들이 모여 뱃놀이를 하면서 강안문학(江岸文學)과 유학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곳이다. 강을 따라 선유문화가 함께 흐른 셈이다.

수많은 이들이 노래할 만큼 낙동강과 금호강 유역은 경관이 뛰어났다. 특히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은 예전부터 아름다운 명소로 손꼽혔다. 다사팔경과 서호병 10곡에는 '강정'이란 정자가 등장하는데 이곳의 위치가 바로 두물머리 인근이었다고 한다. 현재도 이곳은 낙동강 12경 중 제6경으로 '달성습지사문진경(達城濕地沙門津景)'으로 불린다.

또한 낙동강과 금호강은 대구 구곡문화의 중심이기도 했다. '계곡의 아홉 굽이(九曲)'를 뜻하는 구곡은 경승지를 즐기고 경영하는 유가 문화다. 하지만 구곡은 단순히 풍광이 빼어난 곳을 선정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선비들이 추구한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한 공간이었다. 선비들은 구곡을 설정하고 그것을 매개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면서 성리학의 이상을 실천하려 했다. 대표적인 구곡으로는 이황에서 비롯된 도산구곡, 이이의 고산구곡, 송시열의 화양구곡, 정구의 무흘구곡 등이 있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포함된 구곡은 운림구곡이다. 운림구곡은 사문진교 부근부터 금호강 물길을 따라 북구 사수동의 사양서당 부근까지 16㎞에 이른다. 경치가 가장 빼어났던 강정도 아홉 굽이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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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크 지하 1층 전시 공간에 자리잡은 '그리팅맨'. 그리팅맨은 세계적인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으로 대구 서구 이현공원에서도 만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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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크 주변은 차량 통행량이 적어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을 타기 좋다.

◆강 문화의 모든 것을 담다

조선시대 (부)강정이 있던 자리 인근에는 정자 대신 현대적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물 문화관으로 불리는 디아크다. 디아크는 지구와 하늘, 문화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건축물이다.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모양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함을 함께 표현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축설계자인 하니 라시드(Hani Rashid)의 작품으로 형형색색 빛나는 야간 경관이 더욱 유명하다.

달성 강서소방서를 지나 강정유원지로 향한다. 자전거길 주변과 도롯가에 들장미가 새빨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올해 들장미는 유난히 빨갛다. 정찰 임무를 맡은 몇몇 금계국도 노란 꽃을 피웠고, 드문드문 얼굴을 내밀고 있는 보라색 여름꽃도 화사하다.

유원지로 들어서면 멀리 디아크가 보인다. 얼핏 보면 고래를 닮았다. 아래턱이 발달한 대왕고래를 연상시킨다. 파란 하늘을 바다 삼아 뛰어오를 것 같은 형상이다. 수직으로 떠오르는 거대한 UFO 같기도 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몸집은 더욱 커지고 급기야 한눈에 담기도 버거워진다. 좀 더 찬찬히 훑어본다. 동적이면서 정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디아크 주변 광장은 때때로 문화축제장으로 변한다.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전시공간으로 광장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 된다. 강과 강, 강과 육지가 만나는 지점에 자연과 사람, 예술이 어우러진 축제가 펼쳐지는 셈이다. 대구현대미술제는 지역민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이고 예술문화 저변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광장을 지나 다시 디아크와 마주한다. 디아크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지하 1층은 상설전시실과 세미나실·다목적실, 1·2층은 서클영상존, 3층은 전망대와 카페테리아로 구성돼 있다. 관람은 지하 1층부터 시작된다. 실내로 들어서면 파란색 'The ARC'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내부로 좀 더 들어가면 파란색 '그리팅맨'을 만날 수 있다. 하얀색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500개의 인사하는 그리팅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팅맨은 문화·인종적 편견을 초월한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하 1층 오른편 전시 공간은 모던하면서 심플하다. 음악·미술·문학 등 강과 관련된 역사와 예술을 테마로 꾸몄다.

1층과 2층은 서클영상존이다. 360도 스크린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주제로 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위치한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평화로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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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우륵교 중앙에는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탄주대' 전망데크가 있다.

◆강정고령보와 죽곡댓잎소리길

디아크 인근에는 강정고령보가 위치한다. 강과 강이 만나는 곳에 달성과 고령을 잇는 보가 지어졌다. 길이가 953.5m, 4대 강에 설치된 16개 보 중에서 가장 긴 물막이 보다. 높이 11m, 길이 45m 규모의 수문 2개와 함께 1천500㎾ 발전기 2기가 설치돼 연간 1천340만㎾의 전력을 생산한다. 특히 보와 다리(우륵교)는 후기 가야의 중심이었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디자인했다. 우륵교 중앙에 설치된 전망대 '탄주대'의 바닥을 지탱하는 12개 쇠줄은 가야금의 12현을, 기둥은 고대 가야의 선박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차량 통행은 금지돼 있지만 자전거나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평일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디아크 주변 명소로는 '죽곡댓잎소리길'도 빠질 수 없다. 강창교 둔치에 있는 댓잎소리길은 조용히 산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800m 구간에 8천여 본의 대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특히 줄기가 검은 오죽과 노란색을 띠는 금죽 등 10여 종이 구획 별로 나뉘어 있어 다양한 대나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책로 중간중간 한가로이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은 물론 죽림욕 쉼터도 마련해 놨다. 대나무 울타리와 문주, 대나무 선베드 등 관리자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산책로 한편에 자리 잡은 대나무 숲속 판다 가족 조형물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댓잎소리길을 걷다 보면 무엇보다 귀가 즐겁다.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대는 대나무 숲 소리와 새 소리가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준다. 산책로 양옆으로 쭉쭉 뻗은 대나무 터널 사이로 보이는 금호강의 모습은 운치를 한결 더한다. 산책로는 거리가 비교적 짧은 데다 정비가 잘돼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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