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8) 대구의 허파 달성습지, 520여종 생물 서식…신이 내린 생명의 땅

  • 박종진
  • |
  • 입력 2022-06-02   |  발행일 2022-06-02 제19면   |  수정 2022-06-09 10:33

2022060101000038600000731
대구 달성 화원동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달성습지 전경. 습지의 모양이 아메리카 대륙을 닮았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약 520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달성습지는 생태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다.

금호강이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두 강이 만나 유속이 줄고 물길이 바뀌면서 섬이 하나 생겨난다. 강물과 함께 떠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다. 강은 하중도를 양 갈래로 돌아나가며 또다시 천(川)을 품는다. 강과 강이 하나가 되고 강과 천이 만나는 곳. 그 사이 공간에는 신의 은총이 내려진 땅, 습지가 자리한다. 마르지 않는 물과 비옥한 토양을 갖춘 습지는 수많은 생물의 터전이다.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과 멸종위기종도 습지에서 서식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습지는 생물의 다양성 유지는 물론 수질 정화, 홍수 예방, 지구온난화 완화 등 자연 생태계 복원의 기능도 맡고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8편에선 대구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달성습지를 소개한다.

총면적 약 2㎢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
수달·삵·모감주나무 등 동식물 천국
보전가치 커 국제자연보호연맹 등록
1㎞ 낙동강 생태탐방로 풍광 빼어나
생태학습관·대명유수지도 필수코스


2022060101000038600000732
사문진부터 달성습지생태학습관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생태탐방로'는 수상 데크길이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기 좋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230종 생물의 터전

대구의 수변 공간 중 자연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달성습지다. 낙동강과 금호강·진천천·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 일대에 형성된 달성습지는 총면적이 약 2㎢에 이른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주변에 충적저지(沖積低地·흐르는 물에 의해 토사가 운반돼 쌓인 저지대)와 범람원(氾濫原·하천의 범람으로 하천 양쪽에 물질이 퇴적돼 형성된 평탄한 지형)이 발달해 있다.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 쥐방울덩굴,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을 비롯해 약 520종의 생물이 산다. 최근 조사에선 수달, 삵, 참매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인 박새, 쇠백로, 중대백로, 청둥오리, 큰부리까마귀, 무당거미도 관찰됐다. 여름에는 황로, 왜가리 등이 겨울에는 고니, 홍머리오리, 청둥오리가 찾아든다. 특히 달성습지는 인근 대명유수지와 함께 맹꽁이(환경부 2급 보호 동물)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달성습지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제228호)와 재두루미(제203호)가 겨울을 나던 곳이었으나 점차 철새도래지로서 기능이 약화했다. 성서산업단지 조성, 하천 정비사업 등 습지 주변의 지형적 변화와 함께 모래톱이 사라지면서다. 이에 대구시는 생태복원사업을 추진, 2007년 이곳을 습지 및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달성습지는 생태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매우 크다.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등록돼 있으며, 서식하는 동식물의 개체 수도 경남 창녕의 우포늪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우포늪은 람사르(Ramsar) 등록 습지로 2011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달성습지는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이 다양한 식물과 어우러져 특유의 생명력을 뽐낸다. 또 봄에는 갓꽃, 여름에는 기생초,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습지 주변을 가득 메워 계절별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2022060101000038600000733
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을 형상화한 달성습지생태학습관. 건물 앞에는 마스코트인 (두)루미와 (맹)꽁이 조형물이 서 있다.

◆물 위를 걸으며 풍광 즐기는 생태탐방로

달성습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려면 사문진부터 대명유수지까지 둘러봐야 한다. 데크길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기 좋다. 대명유수지에서 출발해 사문진으로 향해도 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문진 피아노광장으로 향한다. '낙동강 생태탐방로'의 출발지다. 생태탐방로는 피아노광장~중앙광장~사장교~황톳길~달성습지생태학습관으로 이어진다. 거리는 1㎞ 정도다. 화원동산의 북쪽 벼랑을 따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데크길이 강물 위에 떠 있어 한결 시원한 데다 탁 트인 개방감에 '힐링'이 절로 된다.

탐방로 오른편 벼랑에 발달한 하식애와 바위에 뿌리내린 수목들이 눈길을 끈다. 수천 년에 걸쳐 강이 곡류하며 깎아 놓은 작품을 아주 가까이서 접하는 특혜를 누린다. 탐방로가 생기면서 유람선을 타야만 볼 수 있던 화원동산의 속살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희귀수종인 모감주나무와 회양목 군락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 나무의 생김새를 미리 알아보고 오면 좀 더 알찬 여행이 된다. 운이 좋으면 올빼미와 수달도 만날 수 있다. 사장교를 지나 황톳길로 가는 도중 잉어 한 마리가 나타나 재롱을 부린다. 연신 입을 뻐끔거리며 먹을거리를 찾는 모습이 정겹다. 생태탐방로에는 쉼터와 포토존, 전망대는 물론 삵·흑두루미·황조롱이·말똥가리 등 일대에 서식하는 동물에 대한 설명판도 마련해 놨다. 걷는 내내 강과 습지, 다양한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에 담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달성습지에 어떤 생명이 살고 있을까

2022060101000038600000734
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인 대명유수지 맹꽁이생태공원은 물억새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어느덧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을 형상화한 모던한 형태의 건물이다. 생태학습관 앞에는 마스코트인 (두)루미와 (맹)꽁이 조형물이 서 있다.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이다. 2019년 문을 연 생태학습관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의 필수 탐방 코스로 떠올랐다. 습지 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 아이들 교육에 활용도가 높다. 실제 2·3층 전시실에는 습지의 형성 과정과 기능,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 종과 관련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물 속·모래톱·숲의 생명에 대해 알아보고 맹꽁이, 두꺼비,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울음소리의 차이도 들어본다. 생태학습관은 전시실 외에도 시청각실과 낙동강이야기실, 365오픈스튜디오 등을 갖춰 달성군과 낙동강의 역사·문화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3층 기획전시실에는 '세상의 모든 펭귄'전이 진행 중이다. 생존을 위협받는 펭귄의 모습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획전이다. 전시실에서 나오자마자 3층 전면 창문에 시선이 꽂힌다.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드러나는데 마치 습지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낸 듯하다. 발걸음이 바빠진다. 지체 없이 전망대가 있는 옥상으로 향한다. 푸른 하늘과 맞닿아있는 녹색의 습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중도 넘어 디아크가 손톱만 하고, 강정고령보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서편에는 고령군 다산면, 동편으로는 성서산업단지가 펼쳐진다. 습지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망원경도 준비돼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을이면 물억새꽃이 일렁이는 대명유수지

생태학습관을 나와 대명유수지로 향한다. 진천천이 만들어낸 풍경도 꽤 운치 있다. 화원동산의 벼랑과 흡사한 모습이다. 휘파람 같은 새소리가 귓가를 맴돌자 발걸음이 더욱더 가벼워진다. 진천천을 건너면 달성습지 생태체험장이 자리한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작은 연못이 있고, 흑삼릉·물여뀌·자라풀·노랑어리연 등 수생식물에 대한 정보도 빼놓지 않고 적어놨다. 한쪽에는 작은 놀이터와 음수대도 자리한다.

다목적 광장과 객석도 새로 만들어놨다.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작은 음악회 공연을 상상해 본다. 광장 뒤편에는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체력을 회복한 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달성습지 내부로 들어가는 길과 제방 너머 대명유수지의 맹꽁이생태학습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제방에 올라서면 대명유수지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대명유수지는 성서산단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다. 물억새 군락지로 유명하고, 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로 알려져 있다. 매년 가을이면 만발한 물억새밭 사이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나들이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둑과 성서산단 사이의 폭 150곒, 길이 800곒 공간에 수천만개의 물억새꽃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이미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가을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났다. 물억새밭 사이로 난 데크길을 조용히 걸어본다. 물억새밭 풍경이 너무나 평온하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 Remember!

    대구 경북 디아스포라

    더보기

    대구 경북 아픈역사의 현장

    더보기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