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와 구미 그리고 삼성의 투자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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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30   |  발행일 2022-06-30 제23면   |  수정 2022-06-3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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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삼성·SK 등 대기업이 향후 5년간 투자하겠다는 금액은 1천조원에 이른다. 삼성이 투자하겠다는 금액은 450조원으로, 이 중 300조원은 반도체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이 삼성의 투자 혜택을 최우선으로 받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삼성은 대구와 경북에도 투자를 할까. 필자는 명분과 이득, 모두 충분하다고 본다.

대구는 삼성의 고향이다.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출범한 곳이 대구다. 삼성상회가 있었던 중구 인교동 부지는 삼성기념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삼성상회 건물은 북구 침산동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복원돼 있다. 건물 내부는 예전 삼성상회 때의 자재를 다시 사용해 과거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안타깝게도 삼성상회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삼성상회 복원 기념식 등 관련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는 아니지만, 그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 우호적이다.

그래서 삼성상회 내부가 공개되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삼성의 대구 투자가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대구 투자를 위해서는 대구사회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대구시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 임원이 최근 필자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다. "대선 주자급인 홍준표가 대구시장으로서 삼성에 무슨 말을 하면 삼성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사회는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탄신 100주년이던 2010년, 대대적인 기념행사로 삼성에 감동을 줬던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1천조원 투자 계획 발표 이후, 경북도는 향후 5년간 100조원 투자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경북도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100조원 안에 삼성 투자가 포함된 것은 분명하다. 지역으로는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이 있는 구미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한때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면서, 구미경제뿐 아니라 경북경제의 상징이었다. 한때 1만명이 훨씬 넘던 근로자 수가 8천500여 명으로 줄었다. 자동화로 생산인력은 줄어든 반면 R&D와 품질개선을 위한 고급인력은 크게 늘었다. 구미공장이 단순 생산보다는 R&D와 품질개선 공정이 더 중요한 시설로 진화한 것이다. 고급인력이 구미로 와야 구미공장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구도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구미공장의 한 간부가 필자에게 했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삼성전자의 구미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대구를 끼고 가야 한다. 대구의 교육·문화 인프라를 구미가 활용하지 않으면, 서울의 고급인력을 구미로 데려올 수 없다."

대구에는 삼성의 과거가 있고, 구미에는 삼성의 현재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야 미래가 있다. 대구와 구미가 잘 어우러져야, 삼성의 미래를 대구와 구미, 나아가 경북에서 볼 수 있다. 삼성의 미래를 대구경북에서 본다는 것은 지역발전의 큰 축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7월1일 취임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장호 구미시장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삼성의 미래를 지역에서 보게 만드는 것이다.김진욱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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