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강제 주식처분? 투자자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

  •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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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0 17:11  |  수정 2022-07-10 18:04  |  발행일 2022-07-11
안희철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투자를 받게 되면 자기 주식 처분에 제한을 받는다. 투자 계약서엔 통상 창업자가 본인 주식을 처분하기 전에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정한 조항을 포함시킨다. 창업자가 자기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이 조항이 특별히 불공정하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투자자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때 비즈니스 모델이나 역량을 보는 경우가 많지만, 창업자나 주요 주주 등 초기 구성원들의 역량과 인성 등을 볼 때도 적잖다. 창업자를 신뢰하기 때문에 주주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창업자가 갑자기 본인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창업자를 믿고 투자한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비상장사의 경우, 주식 처분이나 거래가 자유롭지 않고 투자자본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다. 투자자는 창업자나 주요 주주가 자신들의 주식 처분 전까진 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투자자는 본인의 지분 처분을 순조롭게 하고 큰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동반매도요구권(Drag along)'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Drag along은 특정 주주(투자자)가 본인이 소유한 회사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고자 할 경우 다른 주주 주식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즉, 특정 주주가 다른 주주의 주식을 잡아 끌어서(Drag) 본인 주식과 같이 매각(along)하는 것이다. 조항은 일반적으로 시드 및 엔젤투자, Series A 단계 투자계약서엔 잘 포함되지 않는다. Series B 이상 단계의 투자계약서에는 많이 포함된다.


이 권리는 보통 M&A 때 인수인이 피투자회사의 주식 중 50%를 초과하는 주식을 매수해 경영권을 이전 받고자 하는 과정에서 행사된다. 전략적 투자자 (대기업)또는 대규모 자금력을 보유한 사모펀드 같은 재무적 투자자 등 인수인이 매력적인 스타트업의 주식을 50% 초과해 매수하고자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미 스타트업에 투자해 주주로 있는 투자자는 인수인에게 스타트업 주식을 매각하고 싶은데, 경영권을 지키고 싶은 창업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가 Drag along 권리가 있으면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을 본인 동의 없이 투자자가 자신의 매각조건과 동일하게 인수인에게 팔 수 있다. 창업자의 주식이 헐값이 매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창업자 역시 어느 정도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미국 투자계약서의 Drag along 조항은 한국과 차이가 크다. 미국 조항에는 우선주주들의 과반 지분 이상, 전체 주주의 과반 이상, 이사회 전원이 모두 동의해야만 투자자가 Drag along을 행사해, 창업자 등 다른 주주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소수 주주인 투자자 본인 혼자만의 의사로 창업자 지분까지 강제 처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투자자 한 명에게 너무 큰 권한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 Drag along 조항은 애초에 지배주주가 경영권 이전 시, 소수주주의 지분을 함께 처분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권리인 점을 고려할 때, 국내 투자업계의 일반적 Drag along 조항은 미국처럼 바꿀 필요가 있다. 특정 투자자 혼자만의 일방적 Drag along 행사로 창업자 주식이 강제 처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적어도 이사회 및 주주 다수의 동의 하에 Drag along이 행사돼야 보다 합리적으로 주식 처분 및 경영권이 이전될 수 있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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