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우선도로 경적 울리며 난폭운전…불법 주정차도 빼곡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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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3   |  발행일 2022-07-13 제3면   |  수정 2022-07-13 16:17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6> 새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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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3시쯤 대구 북구 팔달시장 인근 팔달로~고성로 교차로, 취재진이 지난 6월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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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자 보호 의무'를 대폭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2일부터 시행됐다. 크게 바뀐 내용은 두 가지로 '보행자 우선도로 도입'과 '횡단보도 앞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다. 개정안 시행 첫날 대구지역 보행자 우선도로 등을 찾아 운전자들의 법 준수 여부를 확인해 봤다.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에
운전자들 조심스레 방향틀어
법규 무시하는 불편한 풍경도

◆보행자 우선도로 엇갈린 시각
대구에선 5곳(수성구 수성동·달서구 상인·두류·용산동, 북구 태전동)이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됐다. 차도·보도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의 통행권이 우선되는 곳으로, 보행자는 도로 전(全) 구역에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 특히 지자체 심의에 따라 차량 속도를 30㎞ 이하로 줄이는 데 더해 20㎞까지도 줄일 수 있다.

이날 오전 10시 북구 태전동 칠곡중앙대로 349 일원. 보행자 우선도로에는 알록달록 색깔이 칠해져 일반도로와 확연히 구분됐다. 도막형 바닥재를 활용해 기존 콘크리트·아스팔트의 포장과 디자인 등을 보완하는 등 보행자 친화 도로로 탈바꿈한 것. 노면 표시와 표지판도 곳곳에 설치돼 보행자 우선도로임을 알렸다. 하지만 불법 주차와 폭력적 운전은 여전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빼곡했고, 이로 인해 도로 중앙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고령의 한 여성은 뒤에서 따라붙던 승용차의 경적에 깜짝 놀랐다.

운전자들은 익숙지 않은 교통환경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식자재 납품차량 운전자 김모(39)씨는 "상가가 많은 곳에 보행자 우선도로가 설치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보행자가 우선돼야 하는 건 맞지만 가능하다면 한쪽으로 보행해 바쁜 운전자들을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행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모(여·24·대구 북구)씨는 "일반도로와 달라 영문을 몰랐는데 나중에야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상가나 빌라가 집중된 곳에선 도로가 좁아 차를 비켜 다니느라 불편하고 불안했는데, 보행자가 우선이 된다니 안심"이라고 했다.

보행환경 위협 도로 적지않아
경찰 "고위험 행위 즉각 단속
한 달간 홍보·계도 병행할 것"

◆보행·운전자들 의견 분분
운전자는 이날부터 횡단보도 내·외의 보행자 보호 의무도 함께 지켜야 한다. 교차로에서 우회전 땐 신호와 관계없이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 '횡단보도 앞 정지 의무'가 시행된 첫날 이에 적응하려는 운전자가 많았지만 '불편한 풍경'도 여전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대구 북구 운전면허시험장 네거리에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모두 건넌 뒤 조심스레 우회전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었다. 택시기사 최모(66)씨는 "홍보 현수막이랑 라디오에서 우회전에 관한 법이 바뀌었다 해서 최대한 조심하려 하고 있다. 손님이 바빠 보이면 마음이 급해져서 답답할 때도 있지만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라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이날 오후 1시쯤 대구 서구 팔달시장역 인근 교차로에선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를 무시한 채 그냥 우회전하는 차량이 적지 않았다. 인근에 고령층이 많이 거주해 이 횡단보도에는 걸음이 느린 시민이 자주 눈에 띄지만 보행환경을 위협하는 차량은 자주 목격됐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이모(55·대구 서구)씨는 "우회전 정지 의무가 생긴 첫날인데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앞으로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까 조금 의문이 든다. 경찰 인력을 모두 투입해서 단속을 할 순 없을 것 같아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들에 대해서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횡단보도를 옮기자는 의견도 나온다. 운전자 박모(31·대구 북구)씨는 "횡단보도가 간섭되지 않도록 아예 안쪽으로 옮기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횡단보도 위치를 위쪽으로 옮기면 그냥 교통신호만 지키면 되니까 일시정지보다 안전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새 교통문화 단속·관리가 핵심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보행자 우선도로와 성격이 유사한 '보행자 전용도로'도 일찍부터 시행돼 왔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보행자 전용도로는 경북대 북문 로데오 거리 등 현재까지 16곳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보행환경이 위협받는 곳이 적지 않다.

김기혁 계명대 교수(교통공학과)는 "현실적으로 교통법규 위반 단속은 CCTV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횡단보도마다 CCTV를 설치하기엔 예산이 제한돼 있어 어려운 부분"이라며 "최대한 사고 다발 지점이나 보행자가 많은 지역을 위주로 더욱 강력한 단속에 나서는 등 관리에 보다 철저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한 달 정도 기간을 둬서 현장 홍보와 계도를 함께 실시하려고 한다. 위반이 많은 특정 장소에선 집중 단속·계도에 나서고 고위험 행위에 대해선 즉각 단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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