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이준석의 자기정치

  • 이은경
  • |
  • 입력 2022-07-14   |  발행일 2022-07-14 제23면   |  수정 2022-07-14 06:54

2022071301000412900017131
이은경 정치부장

2011년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10년 만에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0선'의 제1야당 대표가 됐다. 당원 투표에서 4선의 원내대표 나경원 후보에게 뒤지고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정권 교체 열망과 MZ세대의 적극적 정치 참여가 만들어 낸 '이준석 현상'이었다.

당 대표가 된 그는 철 지난 색깔론을 지우며 극우 태극기 부대와 결별했다. 5·18과 호남에 각별한 공을 들이며 공고한 지역주의에도 도전했다. 정치인 자격시험과 토론배틀을 통한 대변인 선발, 59초 쇼츠 공약과 같은 참신한 시도도 그의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2012년 대선 이후 전국단위 선거에서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국민의힘에 '2연승'을 안겼다. '이준석 정치'가 만들어낸 성과다.

하지만 임기의 반환점을 막 돌아온 지금 그는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당의 중징계로 향후 6개월간 그는 '정치적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업보라 생각하고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고 누명을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해 6개월 뒤 조금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홍준표)"는 충고를 받아들일 것을 충고한다. 무엇보다 그의 '정치적' 성숙을 기대한다. 그럴듯한 혁신의 외피를 한 꺼풀만 벗기고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정치는 새롭지도 옳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이대남'의 지지를 호소하는 반면 여성을 배제하는 선거 전략에 몰두했다. 40대를 제외한 전 세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선거에 이기겠다는 '세대 포위론'을 목표로 노골적으로 여성 유권자를 지웠다. '모든 할당제 폐지'와 '여가부 폐지'가 그렇게 등장했다. 덕분에 투표에 나선 20대 남성의 58.7%가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줬다. 역풍도 확실했다. 20대 여성의 58%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 대표 덕분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다"가 아니라 "이 대표가 아니었다면 더 큰 승리가 안정적으로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젠더에 이어 이 대표가 꺼내든 이슈는 장애인이었다. 20년간 이동권을 주장해온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그는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로 규정했다.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관한 관심'이라며 '다수의 시민'과 '이기적인 장애인'의 대결로 몰아갔다. 그에게 장애인 이동권은 정치지도자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기보다 자기 정치를 위해 이용 가능한 소재로 더 적합했다. 갈등을 풀 의지와 능력은 없었다.

청년 정치에 기대했던 가슴 설레는 신선함에 대한 응답은 이렇듯 갈라치기와 혐오로 돌아왔다.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주류의 지지를 받는 혐오를 조장해 분노를 지지로 끌어들이려는 철학과 교양 없는 전략"(진중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자기 정치가 지금껏 보여준 혐오와 분열과 갈등의 정치여서는 안 된다. 6개월 뒤, 성숙해진 이준석의 정치를 기대한다. 이렇게 그를 버리기엔 우리가 가진 '청년 정치'의 자산이 너무나 빈약한 까닭이다. 이준석도 그렇고 박지현도 그렇고.이은경 정치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