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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의 7월 둘째 주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받은 직무수행 성적표는 긍정 32%, 부정 53%였다. 같은 기관의 2017년 7월 둘째 주 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긍정 80%, 부정 12%를 받았다. 취임 두 달여 만에 확인된 두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극과 극이다. 갤럽은 응답자의 평가 이유도 집계하는데, 공교로운 사실이 하나 발견된다. 윤 대통령의 긍정 평가 이유 1위는 '소통'(10%),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인사'(26%)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도 '소통'(17%), '인사'(27%)가 긍정과 부정 평가 이유 각 1위를 차지했다. 어느 대통령이나 취임 초엔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차별화를 위해 춘추관에서 첫인사를 발표하며 "앞으로 중요한 국정은 직접 국민께 보고 드리겠다"라고 했다. (그 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청와대 시대를 마감한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통해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약간의 부작용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두 대통령의 초반 긍정 평가 이유 1위가 나란히 '소통'인 이유다.
역대 정권은 조각(組閣)을 포함해 새 정부 인적 배치를 하는 과정에서 예외 없이 인사 파동이 일어났다. 언론 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주요 공직 후보자의 부도덕성이 부각 되면서 국민이 분노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둘은 5년 간격으로 같은 이유에 의해 긍정과 부정 평가를 받는 셈이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평가 이유 2위 아래도 두 정부가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도 왜 같은 시점 지지율은 하늘과 땅일까. 긍정·부정 평가 이유 외에 또 다른 분석 지표인 응답자의 '지지정당별' 평가를 보면 의문이 조금 풀린다. 윤 대통령의 경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게서 받은 긍정 평가는 고작 6%였고, 부정 평가는 무려 85%였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층은 긍정 평가가 62%로 많았지만 부정 평가도 27%나 됐다. 5년 전 문 대통령은 어떨까.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지층에게서 부정 평가 49%를 받았지만 긍정 평가도 상당수(36%)에 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무려 97%가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한다"라고 했고, "못 한다"라는 응답은 고작 2%였다.
5년 전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이른바 '촛불 민심'으로 탄생했다. 촛불 집회엔 보수 성향 유권자도 일부 동참했으므로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보탬이 됐다. 반면,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박빙의 차이로 승리한 까닭에 지금도 반대파의 성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신·구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고, 지금은 전임 정부 시절의 대북관계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민주당 지지층의 6% 긍정 평가를 '대선 불복' '윤석열 정부 불인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묻지 마' 부정 평가에 가까운 건 사실이다. 어디서 지지율 추락을 견인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반등을 위한 대책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야 한다. 언급된 갤럽의 두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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