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외계+인' 무륵역 류준열...'SF에 녹인 한국 도술' 발상 흥미로워…배역 위해 1년간 기계체조 익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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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2   |  발행일 2022-07-22 제39면   |  수정 2022-07-22 09:07
늘 꿈꿔왔던 최동훈 감독 영화 출연 제의에 너무 기뻐
어설프고 인간적 캐릭터에 끌려 대본도 즐기듯 읽어
칼·부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 홍콩 무협영화 섭렵
와이어로 시작해 와이어로 끝나는 액션 덕에 5㎏ 빠져
장발까지 유지하며 몰입…즐거운 추억도 많이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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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등장하는 SF적인 세계와 한국 고전 도술의 세계가 만났을 때 파생되는 이질적인 결합이 주는 묘미. 최동훈 감독이 5년 전부터 구상했다는 '외계+인'은 고려 말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의 2022년 현재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혼합장르의 영화다. 개성 넘친 캐릭터들과 소재의 참신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에서 류준열은 신묘한 부채로 고양이나 부린다고 알려진 일명 '얼치기 도사' 무륵을 연기했다. 능청스러운 입담에 더해 어설픈 재주와 도술로 경쾌한 웃음을 자아낸 그는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시종 고군분투한다. 최동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류준열 배우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렸다"는 무륵은 류준열의 인간적인 유머까지 더해져 생동감을 더한다. "한국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에 도전한 영화"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는 그는 "그래서 영화인으로서 즐겁고 관객으로서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외계+인'은 CG촬영과 합성을 근간에 둔 영화다. 이런 작업은 처음일 텐데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뭐지? 이게 가능해?'라는 느낌이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방대한 세계관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고 신기했지만 과연 이걸 다 영화로 담아내는 게 가능할지 궁금했다. 2부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야 '아,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거였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됐지만, 우리가 모두 '이거다'라고 생각했을 때, 아마도 감독님은 껄껄 웃으시면서 '그게 다는 아냐'라고 말하고 싶으신 듯했다."

▶영화에는 외계인, 도사, 로봇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무협, SF, 액션,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다. 이런 최동훈 감독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됐던 지점은 뭔가.

"일단 시도 자체가 놀랍고 흥미로웠다. 시나리오를 볼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생각하신 게 이런 그림이었구나' 감탄하면서 봤다. 다양한 장르를 빌려 인간과 인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인간을 따로 떼어내 그 점을 강조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집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감독님 댁을 방문했을 때 거실 한쪽 면이 책들로 빼곡히 쌓여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옛 고전부터 내가 어릴 적 즐겨봤던 만화와 소설도 있었다. '감독님 이야기들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영화를 보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인연을 통해 엮인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지구를 구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그게 참 좋았다."

▶최동훈 감독이 "무륵은 류준열 배우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린 캐릭터"라고 언급했다. 실제의 모습과 닮은 점이 있나.

"대사에도 나오지만 도란 갈고 닦아서 깨달을 때가 있고 문득 깨달을 때가 있는데 나는 문득 깨닫는 쪽에 확실히 가까운 편이다. 작품을 준비할 때도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어, 내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해야겠어'라는 접근보다는 즐기듯이 대본을 읽고, 이후 영화를 본 관객들과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런 부분이 무륵과 싱크로율이 높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일단 '얼치기 도사 무륵'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있지만 찾아봤다. 사전적으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떤 중간치'라는 의미로 나온다. 사람은 모든 게 완벽할 수 없고 한없이 부족하지도 않다. 그게 인간적이다. 사람들에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따뜻한 듯하면서도 때로 냉정한 무륵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딘가 부족해서 뭔가 채워주고 싶은 캐릭터들을 좋아하는데 무륵은 그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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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무협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액션이 펼쳐진다. 칼과 부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던데 액션은 어떻게 준비했나.

"1970~80년대 유행했던 홍콩의 무협영화들은 거의 다 찾아본 것 같다. 그들의 동작과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 참고했고 지양할 바를 정하면서 관람했다. 액션 연기는 이전 작품에서도 보여준 적이 있지만 이번과는 결이 다르다. 와이어로 시작해서 와이어로 끝났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매일 출근 도장을 찍듯 현장에 가면 바로 와이어부터 착용했다. 액션 장면도 배우가 직접 얼굴을 보여줘야 관객들이 믿는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있으셨지만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 1년 가까이 기계체조를 배웠다. 덕분에 덤블링 정도는 이제 가볍게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밀본 액션 장면이 떠오른다. 당시 체중이 5㎏ 정도 빠졌을 만큼 가장 길고 힘들게 찍었다. 일단 비가 너무 많이 왔다. 50일 가까이 비가 내리면서 촬영 여건이 나빠졌다. 굉장히 습했고 세트장 안에는 불도 있어서 엄청 더웠다. 내가 축구를 하고 나서도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인데 속옷은 물론이고 겉에 입었던 도포까지 다 젖어서 의상을 자주 교체해야 했다. 그래도 밀본 장면에서 보여준 선배들의 연기는 최고였다. 밀본의 수장으로 나온 김의성 선배는 물론이고, 부부 도사인 염정아·조우진 선배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보는 내내 어떻게 저렇게 캐릭터를 준비할까 감탄하면서 봤다. 안전에 유의하면서 촬영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힘든 만큼 재밌는 추억이 많았던 장면이었다."

▶김태리 배우와는 '리틀 포레스트' 이후 4년 만에 재회했다. 다시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가.

"태리씨는 친구이자 동료라는 느낌이 확실히 드는 배우다. 예전에 영화 '돈'을 찍을 때 유지태 선배님이 '배우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놓아라, 그러면 나중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게 이런 이유에서인가 싶다. 사적으로 친한 친구와 현장에서 다시 만난다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 않나. 작품 이외에 관한 것이라도 배우가 또 다른 배우를 친구로 가깝게 두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 함께 출연한 작품 안에서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서로가 모니터를 해주고 본인이 출연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그 점에서 태리씨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돼 무척 반가웠고 의지가 됐다. '리틀포레스트' 때는 서로 신인이고 잘 모르는 사이라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모든 면에서 착착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륵을 연기하면서 오랜 시간 장발을 유지했었는데 당시 화제가 많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머리를 선호한다. 그래서 머리를 기를 때 힘들었다.(웃음) 평소 같았으면 가발을 썼을 텐데 작품 준비 기간이 길다 보니 캐릭터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머리를 길렀다. 느낌이 다르더라.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고, 맡은 인물에 확 몰입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도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외계+인'은 주연으로서의 부담감보다는 각각 배우들의 개성과 역량이 이야기에 녹아든, 최동훈 감독 특유의 접근 방식이 발휘된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회사 대표님과 예전에 나눴던 대화가 있다. 신인 배우가 회사에 들어오면 대표님들은 대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 앞으로 어떤 길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신다. 그때 나는 '최동훈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표님이 날 부르시더니 이번에 최동훈 감독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는 거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울컥해졌다. 그리고 너무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배우가 되기 전부터 관객의 한 사람으로 감독님의 작품을 재밌게 봐왔다. 감독님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고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도 남다르다. 개인적으로 트렌드를 좇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관철시키는 연출자를 좋아하는데, 도사나 신선에 관한 스토리를 확장시켜 '외계+인'으로까지 끌고 왔다는 점에서 감독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쑥스럽지만 이 영화가 잘 돼서 3부, 4부가 나오고 드라마로도 나오면 좋겠고, 그때 감독님과 다시 만나 첫 작품 때의 아쉬웠던 부분, 내가 미처 다 보여드리지 못했던 것들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관객들에게 '외계+인'의 관람 포인트를 말해준다면.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당연히 과거에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고려 시대에도 있었을 텐데 그때 사람들은 외계인을 뭐라고 생각했을까. 우주에서 온 존재라기보단 아마도 요괴라 받아들였을 테고 그 발상에서 영화가 시작하는데, 그게 내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현대에서 보는 외계인과 과거 사람들이 마주한 외계인, 그리고 그 사이 세계가 열리면서 무협, SF, 액션, 판타지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정도면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덧붙여 이야기꾼으로서 최동훈 감독님의 또 다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듯하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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