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애덤 스미스가 바라 본 통신요금제

  • 윤두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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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5   |  발행일 2022-07-25 제25면   |  수정 2022-07-2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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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현 국회의원 (국민의힘)

이동통신 요금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흔히 듣는 반박이 '시장에 개입' 또는 '민간 중심 경제에 위배'이다. 10GB와 100GB로 양극화된 5G 통신요금제가 과연 자유시장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일까? 어찌 됐든 SKT는 24GB의 중간요금제를 신설하겠다고 과기정통부에 신고했다. 구색 갖추기용,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품 몇 개와 함께 말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도긴개긴의 상품을 내놓을 것이다.

24GB의 중간요금제 상품, 필자가 보기에는 참 묘하다. 내놓기는 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여전히 이동통신사의 이익에 치중한 것이라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과연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 이동통신사의 5G 요금제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가능한, 시장경제 원칙에 맞는 것인가?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한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년)에서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이나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기심 덕분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들의 식탁이 풍요로운 것은 정육점, 빵집 주인들의 친절 때문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그들의 이기적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경제활동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들어 애덤 스미스를 '시장만능주의 옹호자' '자유방임주의 옹호자'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해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경제사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가 서른여섯 살이 되던 1759년에 쓴 '도덕감정론'을 같이 살펴봐야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을 타인이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 분노 등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도덕감과 정의심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보았다.

결국 개인들의 사적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국부론'에 나타난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각각의 개인들이 도덕감과 정의심을 가지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존재라는 '도덕감정론'의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자본주의는 이기심의 자본주의가 아닌 공감의 자본주의이고,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시장의 이기심에 공감이 더해지는 '따뜻한 손'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기업의 이익 추구는 소비자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따뜻한 손'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의 이익을 외면한 이기심의 자본주의는 애덤 스미스가 그렸던 자본주의의 참모습이 아닐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합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한다. 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년 만에 4조원을 돌파했다. 5G 기지국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5G 요금을 내면서 LTE를 쓸 수밖에 없는 농어촌 지역들, 체감하기 어려운 5G 품질 문제 등 5G가 상용화된 지 3년이라지만 소비자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통신사의 중간요금제를 생각해 본다. 과연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이 작동하고 있는가?

윤두현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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