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배드 럭 뱅잉, 부부의 사생활 유출 논란…현시대의 위선·속물성 꼬집다

  • 윤용섭
  • |
  • 입력 2022-07-29   |  발행일 2022-07-29 제39면   |  수정 2022-07-29 08:28

2022072501000727700030771

남편과 합의로 찍은 섹스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유출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교사 에미(카티아 파스카리우). 동료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에미의 해임을 안건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에미는 교장(클라우디아 이레미아)의 집까지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회의에 참석해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소명하는 수밖에 없다.

외설적인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까. 영화 '배드 럭 뱅잉'은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접하지만 평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외설에 대해 논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7월의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가 배경이다.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각각의 챕터마다 도발적이고 유쾌한 사회 풍자극의 형식을 취한다. 마스크를 쓴 채 부쿠레슈티 시내를 배회하는 에미를 따라가며 팬데믹 시대의 일상을 스케치한 1부 제목은 '일방통행'이다. 에미가 머무르거나 지나가는 시공간에서 마주하게 된 소시민들의 생각과 일상을 소통이 부재한 일방통행식 사회의 뒤틀림으로 은유했다.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이란 제목의 2부는 인류의 위선과 폭력성을 지적하는 몽타주 에세이다. 다른 두 개의 조항과는 구별된 푸티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인민 궁전, 루마니아 혁명, 독재자 차우세스쿠를 비롯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루마니아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폭력적이고 썩은 기반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기득권층이라 불리는 그들이 어떠한 역사를 밟고 그곳에 올라섰는지, 과연 그들이 엘리트라 불릴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그 민낯을 들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정 폭력, 거리두기, 응급실, 쓰레기 파도, 지구 온난화 등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문제들을 전시해 그 심각성을 일깨운다.

3부는 다시 에미의 이야기로 돌아와, 위선과 허영에 가득 찬 학부모들의 그녀를 향한 마녀사냥식 논쟁을 다룬다. 에미는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밝히지만 한쪽 귀를 닫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겐 소리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에미는 최대한 감정을 추스른 채 그들의 편향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관객으로서도 화가 나고 답답하다. 루마니아 태생의 라두 주데 감독은 에미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비단 루마니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에미가 겪는 사건과 일상은 우리의 권리와 자유, 디지털 세계 및 모호한 존재론적 특성 등 여러 측면과 맞물려 있음을 지적한다. 파편적인 전시와 장황한 설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장르: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