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한산:용의 출현…'명량' 뛰어넘을 이순신 컴백…거북선 압도적 위용 자랑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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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9   |  발행일 2022-07-29 제39면   |  수정 2022-07-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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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의 발발로 조선의 국운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인다. 연승에 힘입어 사기가 충만해진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 병력을 부산포에 집결시킨다. 하지만 전라 좌수사 이순신(박해일)을 주축으로 한 조선 수군이 일본 함대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자 그들의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해상 운송로가 막히면서 북진을 위한 보급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지략에 능한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를 급파해 단숨에 조선군을 섬멸하고 명나라에서 자신을 맞이하라는 특명을 내린다.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다." 이순신(박해일)은 항왜군사 준사(김성규)의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규정한다. 준사는 부하들을 방패로 삼는 자신의 상관들과 달리 목숨 걸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순신에게 감명 받아 조선에 투항했다. '영명한 눈빛이 마치 선비와 같았다'라는 징비록의 묘사처럼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지장(智將)으로서의 남다른 면모와 리더십을 발휘한 40대 후반의 이순신을 소환한다. 난중일기를 통해 짐작해 봄 직한 강직하고 신중한 모습도 함께다.

'한산'은 김한민 감독의 '명량'(2014) 후속작이자 프리퀄이다. 왜선 47척을 격파하고 왜군 1만여 명을 수장시켜 임진왜란 최초의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도대첩을 다뤘다. 다만 아쉽게도 난중일기에는 이때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세계 전쟁사에 남은 한산도대첩의 방점이라 할 수 있는 학익진 전술과 '명량'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거북선의 출정을 여러 사료와 영화적 상상력을 조합해 완성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성공적인 모델의 구현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총 50분에 걸친 해전은 스펙터클 액션의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이 모든 해상 전투신이 VFX를 기반으로 한 세트 촬영이라는 점이다. 물 위에 배를 띄우지 않고 마음껏 시각효과를 구현해 낸 국내 최초의 해전 영화인 셈이다. 다소 이분법적으로 단순히 그려졌던 '명랑'에 비해 입체적으로 살아난 캐릭터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과 지혜로운 성정의 이순신으로 체화한 박해일과 야심과 지략을 갖춘 와키자카 역으로 그와 대척점에 선 변요한의 모습이 특히 깊은 잔상을 남긴다. 배우 박해일은 말한다. "'명량'이 영웅 이면의 번민과 고뇌를 함께 느끼고 호흡했다면 '한산'은 이순신의 지적인 면모와 과단성을 읽을 수 있는 위대한 전투를 다뤘다"고. 그런 이순신의 능력을 누구보다 인정하고 이해한 건 역설적이게도 극 중의 와키자카였다.(장르:액션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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