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와 멀어지는 김천시 문화예술 행정] 아날로그 못벗어난 문예회관…전시 다양성 실종된 시립미술관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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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3   |  발행일 2022-08-03 제3면   |  수정 2022-08-0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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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한 김천문화예술회관 전경. 〈김천시 제공〉

일찍부터 김천시는 '문화도시'를 지향하며 문화예술회관·문화회관·미술관 등 대규모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하드웨어 구축에 노력해 왔다. 또 5개의 시립예술단을 비롯해 예술고, 대학 공연예술학부 등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강화해 문화예술 발전과 향유층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활용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요 창출에 대응해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행정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 문예회관
리모델링 예산 250억원 필요해
경북도 투자심사 등 절차 복잡
시설 관리 부실 노후화 부추겨
예술단 급여는 전국 꼴찌 수준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한 문화예술회관
김천문화예술회관(지상층 연면적 1만2천300㎡)은 2000년 개관 당시만 해도 전국 지방도시 가운데 공연·전시 등에 있어 최상위급 시설을 갖춘 곳으로 주목받았다. 고풍스러운 외관은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수준급 문화서비스는 물론 지역 문화예술계의 비약적 성장을 기대하게 했다. 실제 개관 이듬해인 2001년부터 5개 시립예술단(국악단·합창단·교향악단·소년소녀합창단·소년소녀관현악단)이 차례로 창단되고, 연극제 등 문화행사를 정례화하는 등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하나둘 갖춰나갔다. 이후 김천문화예술회관은 뮤지컬·연극·클래식 공연과 전시회를 통해 지역의 예술 수요를 확대하는 한편 대규모 행사까지 치러내는 등 다용도로 활용됐다. 김천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재는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2021년 김천시가 발주한 '김천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 기본계획 용역' 결과에 따르면 현재 예술회관은 대·소공연장, 전시실, 로비, 무대와 무대 기계, 조명, 음향, 전기 등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관람환경 개선 및 편의시설 확충에서부터 내구연한을 초과한 기계장치 교체, 아날로그방식의 음향을 디지털로 교체하는 일까지 수십 가지에 이른다. 특히 공연 중 무대 배경(공연막)이 자주 바뀌는 오페라 등 대형 작품은 공연이 불가능한 상태다. 공연막을 올리고 내리는 장치(프레임)의 속도가 떨어져 무대배경을 즉시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에는 모두 25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예술계 다수 관계자는 "무대·기계장치·좌석은 낡았고 빔 프로젝트 등 사용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조금씩 수리해 왔다고 하지만 전면적인 보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리모델링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소요 예산 규모에 따른 '경북도 투자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시행하더라도 1년 정도로 예상되는 공사 기간에 예술단들의 연습을 중단해야 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 김천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각 시설 간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어느 한 부분만 교체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리모델링을 위한 각종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예술회관의 '관리 부실이 노후화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술계 한 관계자는 "각종 시설이 노후화할 시점에 매년 한 가지씩이라도 적시에 제대로 교체했다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주장했다. 예술회관은 애초 건립비(300억원)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BTL(민간투자로 건설한 공공시설을 지자체 등이 인수, 투자금과 일정 이익을 일정 기간에 분할 상환) 사업이 아닌 직접투자(도·시비) 방식을 채택했다. 이 관계자는 "BTL 사업으로 예술회관 건립 후 매년 수십억 원씩 갚아가는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건립에 따른 빚이 없는 김천은 매년 일정액을 수리비로 사용할 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년간 지나치게 소극적인 행정을 펼쳤다는 것. 공연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에서도 온라인 공연과 전시기획 등 여건에 맞춘 문화행정을 펼친 도시가 많다"며 "무대 사고로 인한 무대감독 부재와 무대 승강기 공사 등을 고려하더라도 '행정편의주의'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술단 운영에도 개선 요구가 크다. 김천시는 전국 최대 비상임 예술단(5개)을 두고 있지만 연간 공연 및 연습 횟수(각 단별로 매년 10회 이내 공연 및 매월 4회 연습), 지휘자를 비롯한 단원 급여(수당), 단원 복지 등에 있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시립예술단을 통한 대시민 문화적 혜택 확대와 예술단 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천미술관
특정 기증자만을 위한 상설 전시장으로 전락했다며 공공성 결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천시립미술관. 〈독자 제공〉

■ 시립미술관

특정 작가 기증작 의존해 건립
3층은 개인 상설전시장 전락해
지역작가 대규모 전시 불가능
기획·특별전 개최도 고민해야


◆운영 미흡으로 도마 위에 오른 시립미술관
남산공원 내 옛 시립도서관을 개조해 2012년 개관한 김천시립미술관(연면적 1천35㎡)은 몇몇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을 제외하면 전시할 작품이 없다. 여기에다 공간이 협소해 기증받은 작품마저도 상당수가 수장고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시공간 등에 대한 세밀하고 체계적인 기획 없이 미술관 건립이 추진됐다는 방증이다.

특정 작가의 전시가 거의 상설로 열리고 있는 반면 지역작가의 기획전 등은 별로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작가가 대규모 전시회를 열려 해도 A작가의 조각품이 전시된 3층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2층에 전시된 B작가 작품을 수장고로 옮기고 어렵사리 마련된 전시공간을 활용한다. 결국 3층 전시실은 A작가의 상설전 공간으로 사용되고 2층 전시실은 대부분의 시간을 B작가의 전시에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시립미술관 소장품은 A작가 조각 179점, B작가 회화 80점 외에 C작가 사진 108점, 기타 2점이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시립미술관이 공공성이나 다양성을 외면하고 특정 작가의 (조건부) 기증작품에 의존해 만들어졌고, 이 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 전에는 기증자의 상설전 공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립미술관이라는 명칭이 무색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설 미술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전시작품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증축 등을 통해 전시공간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지역미술계 한 관계자는 "시립미술관은 지역 미술문화를 대표하는 상설전, 주제를 가진 기획전, 외지 작가들의 특별전 등을 통해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등 예술가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이를 발판으로 시민의 미술적 기량을 발현할 수 있는 곳, 교육 활동이 활발한 종합적인 문화예술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천시립미술관의 상설전은 전시 구성의 다양성과 시립(미술관)이라는 대표성을 놓고 평가할 때 상당히 '기형적'이라 할 만하다. 단편적 전시 구성은 기증품만으로 미술관을 운용하는 데 따른 문제다. 같은 작품을 전시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예술가와 주민이 예술적 가치를 향유하는 공간을 지향해야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지역미술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맞는 기획을 통해 시민의 예술적 욕구를 수용하는 한편 예술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며 "하루 속히 기증받은 작품의 전시 수량을 적절히 제한하고 더 많은 작가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증작은 기증자 이름을 전시실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 등을 통해 그 뜻을 기념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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