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대한민국·TK의 '정치실험'

  • 정재훈
  • |
  • 입력 2022-08-15   |  발행일 2022-08-15 제22면   |  수정 2022-08-15 06:54

[하프타임] 대한민국·TK의 정치실험

지금 우리 정치는 그야말로 '혼란상'이다. 취임 100일도 채 되지 않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를 기록, 벌써 '레임덕' 우려가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임기 초반 '허니문'도 없이 집권 직후 이 같은 위기를 맞은 것은 이례적이다. 여야 3당의 당 대표가 공백 상태이며, 비대위 체제가 꾸려졌지만 각 당 내부에선 '내홍'이 끊이지 않는 모습도 '촌극'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혼란상의 시작은 '정치실험'에서 시작됐다는 생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0선·30대 당 대표를 만들었고, 이후 정치 경험이 없는 검찰총장 출신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석패한 더불어민주당도 당시 국회 경험이 없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중진들을 누르고 승리해 선거를 치렀다. 각 당 그리고 국민의 선택은 그동안 정치 문법과는 분명 차이를 보인 것이다. 당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같은 평가 역시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전이었다는 것을 잘 대변해 준다. 즉 여야 모두 새로운 도전을 택했고, 그에 따른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대구경북(TK)은 이런 정치실험을 이끌었다. 먼저 이준석 당 대표 전당대회 출마 당시 당의 핵심 지지층인 TK에서의 지지가 중심이 됐고, 윤석열 대통령의 0.73%포인트 '초접전' 당선을 만들어 낸 것은 대구경북의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국민의힘의 실험은 1년 만에 절반의 성공만 거둔 채 마무리됐다. 이준석 당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고 당을 2030세대와 호흡하는 젊은 정당으로 만들어 냈다. 이는 분명히 이준석만이 할 수 있었던 성과다. 하지만 그는 성 비위 무마 의혹, 윤핵관과의 갈등을 이겨내지 못했다. 해석의 여지야 있겠지만 정치적 노련함이 부족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도전을 끝내고 구원투수로 주호영이라는 경륜을 다시 꺼내 들었다.

대한민국 윤석열호(號) 실험은 이제 시작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아직 1회 초를 지나는 중이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에 이어 대통령실 인사 논란, 문자 파동 등은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과 대통령 참모진의 명백한 실책이다. 야당이 공격하기에 너무 쉬운 소재들이었다.

시행착오는 누구나 겪는다. 다만 이 실험에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걸려있는 만큼 실수와 실패는 너무나 치명적이다. 대통령과 참모진은 남은 8회를 다시 시작이라는 각오로, 경험 있는 인사들과 함께 해야 한다. TK와 대한민국이 선택한 실험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달라.

정재훈 서울본부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