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완 논설위원
도방(都房)의 원래 뜻은 '사병 숙소'였다. 고려 무신정권 시기, 정중부를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한 경대승이 신변 보호를 목적으로 100명의 사병 조직을 결성한 게 도방의 효시다. 이후 도방은 '사병 집단' 개념까지 아울렀다. 이들은 합숙하며 경대승을 밀착 경호했다. 합숙에 의한 끈끈한 유대와 문고리 권력의 속성이 결합하며 경대승의 도방은 완장 찬 친위부대로 변모했다. 도방정치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경대승과 최충헌 도방의 전횡은 역사가 기록한 대로다. 윤석열 정권의 무소불위 '검찰 신디케이트'는 현대판 도방이라 할 만하다.
이재명 정부에선 민주당이 도방 역할을 자임하는 듯하다. 장관 인사청문회도 결사옹위 태세다. 후보자 '묻지마 엄호'가 친명 일색의 당 역학 구도에서 비롯된 짬짜미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내각도 친명 색채가 짙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의 총리와 19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현역 의원이 9명이고 이 중 8명이 친명이다. 민주당의 철벽 방어를 인지한 까닭일까. 온갖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후보자들은 청문회 핑계를 대며 눙쳤다. 너도나도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말로 가름했다. 일종의 '밈'이다.
하지만 청문회에서도 명쾌한 해명은 없었다. '맹탕 청문회'는 외려 의혹만 키웠다.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실했고, 증인·참고인 채택은 거대 여당의 벽에 막혔다. 정동영·배경훈·전재수·강선우 네 명의 장관 후보자를 검증한 14일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 의식'쯤으로 치부하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땐 달랐다. 사뭇 전투적이었다. 윤 정부 1기 내각에서 낙마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엔 13명,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땐 25명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민주당의 등쌀에 정 후보자는 자녀의 자기소개서가 담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원서까지 제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지적대로 민주당과 장관 후보자들은 "자료는 내놓지 않고, 증인은 피하고, 질문엔 침묵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낙마 1순위로 벼르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은 전방위적이다. 논문 쪼개기, 제자 논문 표절, 자녀 불법 유학은 교육부 수장으로서 결격 사유다. 충남대 총장 시절 의대 정원 4배 뻥튀기와 교내 소녀상 설치 반대는 자질과 정체성에 의문부호를 남긴다.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이진숙 후보자의 논문 16건에서 연구윤리 위반 혐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거짓 해명 의혹을 남긴 채 여야의 갑론을박으로 끝났다.
고위 공직자 검증 기준이 여당 입맛에 따라 자의적일 순 없다. 일단 국민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후보자 호위무사 인양 "낙마 제로" "전원 통과"를 외쳤다. 그나마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청문회 소명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고려할 바가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긴 했다. 대통령실도 제기된 의혹에 대한 국민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홍위병 노릇을 했던 국민의힘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반추해봐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실의 인사와 국정운영을 깐깐하게 들여다보며 감시기관 또는 견제기관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서로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돼야 한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지금처럼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 찐명 경쟁으로 흘러서도 곤란하다. 여당은 대통령 도방이 아니다. 논설위원
민주당, 청문회 '묻지마 엄호'
자료 부실에 증인 채택 무산
이진숙 후보 의혹 전방위적
당 대표 경선은 '찐명 경쟁'
국힘 왜 망가졌나 반추해야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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