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너지는 포항 철강산업 이대로 놔둘 텐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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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2  |  수정 2025-09-02 17:48  |  발행일 2025-09-02

경북 경제의 중추인 포항 철강산업이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자, 지역민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저께 출범한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대책위는 이날 "기업의 잇따른 구조조정과 공장폐쇄, 인구 유출의 악순환으로 포항은 산업 붕괴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포항 시민단체, 노동계, 지역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며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지역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포항 철강산업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342개 기업 중 39곳은 가동을 멈췄고, 32곳은 휴·폐업 상태다. 생산과 수출은 9% 넘게 감소했다. 여기다 철강산업의 한 축인 현대제철의 2공장 무기한 휴업에 이어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 추진은 지역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의 '탈(脫)포항'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대제철 포항노조가 요구하는 '매각 대금의 지역 재투자'는 생존권 확보라는 절박함의 발로이다.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지역 소멸 위기는 물론 제조업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날 대책위가 요구한 철강산업 지원법 제정, 철강 대기업의 지역 투자 등은 단순히 지자체나 기업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국토 균형개발과 기간산업 육성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세재 혜택 등 핀셋 지원을 통한 응급처방도 필요하다. 정치권도 특별법 추진 등의 지원에 소홀히 한다면 지역민의 불신이라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포항 철강산업이 무너진다면 지역도 사라진다'라는 대책위의 외침을 허투루 흘려듣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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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스포츠로 '노잼'에서 '꿀잼' 도시로 거듭나길


지난해에 이어 올해 프로야구 KBO리그에도 구름 관중이 몰리면서 프로야구 열풍이 거세다.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 구장으로 쓰는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5일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대부분 경기가 전석 매진이고,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 기세라면 KBO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프로야구는 단순히 경기를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변모했다. 프로야구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경기를 보러오는 야구팬들로 인근 외식업은 물론 숙박업, 운수업까지 호황을 누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시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국제 스포츠 도시로서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사격대회 중 하나인 '2027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했다. 내년 8월에는 대구에서 세계마스터즈 육상경기대회가 열린다. 대회 기간에 전 세계 90여개국 선수와 임원, 가족 등 1만1천여명이 대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로 명실상부한 '국제스포츠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게 시의 목표다.


스포츠만큼 지역 전반에 활력을 주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분야도 찾기 힘들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대구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스포츠마케팅이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스포츠 행사를 대구의 관광지, 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굵직한 문화행사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흔히 대구를 즐길 거리 없는 '노잼(No +재미)' 도시라 한다. 지금이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대구가 '꿀잼 (꿀 +재미)' 도시로 거듭날 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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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성공 APEC, '특별함' 주려면 '감동' 콘텐츠 있어야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듯하다. 국무총리가 행사 준비위원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재인식하고, 대통령실 내 전담 TF가 가동되면서 컨트롤타워와 현장 모두 생동감을 되찾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저께 20개국 정상들에게 공식 초청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비로소 속도감을 느끼게 된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가 단연 눈길을 끈다. 그는 11일에 이어 나흘 만에 다시 경주를 찾았고, 어제(16일)는 종일 현장에 머물렀다. 신임 총리로서 수행할 업무가 산적했을 텐데, APEC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듯하다. 김 총리는 호텔 종사자들의 서비스 교육 현장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K-APEC'을 기존의 여느 정상회의 이상의 특별한 행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김 총리가 강조한 말 속의 'K-APEC' '특별한' '사람' 등 요소를 꿰고 이어주는 것은 '감동'이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그 틀 안에 어떤 감동적 콘텐츠를 채워넣느냐가 행사의 성패를 가른다. 이대로면 9월쯤 시설공사는 끝날 것이다. 지금부터 '콘텐츠'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APEC의 감동은 숙소 준비와 서비스에서 시작한다. 정주영·박정희 스위트 등 각국 정상과 글로벌 CEO의 숙소로 활용되는 총 30여곳의 PRS(정상급 숙소) 하나하나를 감동과 감탄의 스토리텔링 소재로 삼아야 한다.


수조원에 이른다는 경주APEC의 경제적 효과도 중요하다. 덧붙여 50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관광단지로 지정된 보문단지에서 'K-컬처' 'K-외교'가 성공적으로 꽃피운다면 대구경북민의 큰 자랑 또한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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