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유우식 박사,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규명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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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8   |  발행일 2022-08-19 제1면   |  수정 2022-08-20 06:23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빨라"...세계적 학술지 ‘Heritage’에서 주목
유 박사, 자체 개발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 픽맨(PicMan) 사용 과학적으로 밝혀내
금속활자 인쇄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음을 입증하는 길 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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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식 박사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을 두고 '직지심체요절'과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사이에 이어져온 50년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결정적 논문을 경북대 인문학술원 연구자가 발표했다.

경북대 인문학술원(원장 윤재석 교수)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우식 박사는 2012년 보물로 지정된 공인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픽맨(PicMan)으로 이미지 분석한 결과, 이 판본이 1239년 금속활자로 인쇄된 원간본임을 객관적이고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밝혀냈다.

이 논문은 세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보존과 복구를 연구하는 세계적 학술지의 하나로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Heritage'(Scopus 등재지)에 실려 최단기간 최다 조회 및 다운로드된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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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인문학술원 객원연구원인 유우식 박사 논문이 '헤리티지' 학술지에 실렸다. 경북대 인문학술원 제공

특히 이 공인본이 금속활자로 인쇄된 원간본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약 50년간 학설사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 이 사실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종래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알려진 '직지(1377년)'보다 138년 앞서고, 독일의 구텐베르그가 1455년에 인쇄한 '42행 성서'보다 216년이나 빠른 금속활자 인쇄물이 공인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로 인해 '직지'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에 넘겨주게 될 것임은 물론이고 서양보다 시대적 격차를 더욱 벌이는 금속활자 인쇄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음을 입증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유 박사는 또 이미지 분석 방법을 통해 현전하는 여섯 가지 판본의 인쇄방법과 인쇄순서 및 인쇄시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공인본은 1239년 금속활자로 인쇄된 원간본이고, 이 외에 반야사본·대구본(1472년)·삼성본·종로도서관본(1526년)·국립중앙도서관본의 순서로 목판으로 번각되어 인쇄된 것임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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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인문학술원 격원연구원인 유우식 박사 논문이 '헤리티지' 학술지에 실렸다. <경북대 인문학술원 제공>

유우식 박사는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소재한 반도체 생산 및 측정장비 개발 회사인 '웨이퍼마스터스' 대표로서, 자체 개발한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인 '픽맨'(PicMan)을 사용해 남명증도가가 목판본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인쇄본임을 밝혔다.

유우식 박사가 지난 5월과 7월 발표한 두 편의 영문 논문('The Worldest Book Prieted by Movable Metal Type in Korea in 1239: The Song of Enlightenment', 'How was the World's Oldest Metal-Type-Printed Book(The Song of Enlightenment, Korea, 1239) Misidentified for Nearly 50 Years?')에 적시된 연구성과는 출판일로부터 3주만에 'Heritage' 논문 최다 접속 기록을 세울 정도로 세계적인 연구성과로 인정받았다.

현재까지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여섯 가지 판본이 전해지고 있었다. 모든 판본의 마지막 부분에는 고려시대 실력자 최이가 1239년에 이 책을 발간하게 된 유래가 기록되어 있다.

이중 '삼성본'과 '공인본'은 1984년과 2012년에 각각 보물로 지정되었고, '종로도서관본'은 2021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최이가 기록한 내용의 해석 여하에 따라서 이들 저서는 금속활자본 또는 금속활자본을 저본으로 목판으로 번각해 인쇄한 목판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목판 이냐 인쇄본이냐는 논쟁은 각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주장일 뿐,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학설상의 대치만 팽팽히 지속되어 왔다. 그만큼 유 박사 논문의 학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현재 유우식 박사는 앞의 두 논문에 이어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에서만 발견되는 금속활자의 특징을 다른 판본들과 비교하여 이것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논지를 더욱 보강하는 세 번째 논문을 준비 중에 있다.

유박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여러 편의 논문을 국내 학술지에 투고하였으나 번번이 '게재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서지학계의 전통적인 감정 방법이 아니라 이공계 분야의 최첨단 이미지 분석 기법을 동원한 유박사의 연구를 신뢰하지 않는 국내 학계의 폐쇄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박사는 이러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오히려 서구 학계로부터 자신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후 이를 통하여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세계적 공인을 받아 국보 지정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날을 기약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보물 제758호. 송나라 승려 법천의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주자본으로 중조해 1239년에 번각한 불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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