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M&A 법률실사의 중요성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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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1 08:32  |  수정 2022-08-21 09:23  |  발행일 2022-08-22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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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한때는 지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내집마련을 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영끌족(族)'이 유행했다.

이제는 '영끌로 잡은 게 알고 봤더니 상투였다'라는 자조적 말이 나돈다. 영끌론과 상투론에 같이 내재된 정서는 내가 거래한 집이 적정 가격인 지 잘 모르겠다는 막연함과 불안함이다.

나중에 보니 너무 비싸게 샀거나 집에 하자가 많아 수리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면 얼마나 속이 쓰리겠는가.

회사의 M&A도 마찬가지다. 회사 지분이 편의점 담배처럼 정찰제로 나오는 게 아닌만큼 적정가로 거래된 건 지 알 길이 없다.

회계법인을 통한 회계·재무·세무 실사로 기업가치를 대략 파악할 수 있지만 이것 만으론 불완전하다.

아쉽게도 기업을 인수하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법률실사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덜 공유되고 있다.

모든 리스크를 감수한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의사결정이나 인수비용 측면에선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특히 인수를 염두에 두는 회사라면 주주총회나 이사회 의사록 정도는 준비돼 있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대표이사 전결로 처리했던 자급집행에 뒤늦게 한 방에 법인세가 과세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또 정관이나 주주명부 등 내부 문서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여러 버전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어떨까. 자칫 회사를 인수하고도 뒤늦게 나타나 주주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주주총회 효력 등 회사의 운영을 놓고 전쟁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인사노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이 날 때마다 몇 년치 제반 수당을 재산정해 모든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느라 회사 재무상태가 한방에 휘청일 수 있다.

퇴사한 누군가가 부당해고나 급여 미지급을 문제삼으며 회사 부동산에 가압류하면 대출 및 투자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안전사고 등으로 대표이사가 형사처벌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면 안된다. 중요 영업비밀이 있다면 제대로 관리가 되는 지를 살피자.

지식재산권이나 규제가 당장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의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가령 콘텐츠 기반 플랫폼에서 콘텐츠의 권리 귀속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인수한 뒤에 분쟁이 터져 결국 없는 권리를 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미로 같은 규제는 특히 민감하다. '남들도 다 하고 있는데요'라는 믿음으로 일관해왔다면 반드시 점검이 필요하다. 나중에 봤더니 그 스타트업들은 이미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설계를 변경했을 수 있다.

법률 실사후 주식매매계약서나 주주간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도 간단치 않다. 자잘해 보이지만 오히려 훨씬 더 섬세하고 까다롭다.

법률실사 결과 확인된 개선사항을 거래의 선행 또는 후행조건으로 정하거나 혹은 '문제없이 잘 해왔고 앞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내용을 회사 또는 주요 임원들이 보증하도록 해야 한다.

리스크가 높다면 인수대금을 재협상해야 한다. 어느 범위를 선행·후행조건으로 정할 지, 회사가 제공한 불충분한 정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형량해서 계약서에 반영할 것인지 등도 모두 검토 대상이다.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기재했어도 대법원은 유형을 나눠 매도인의 책임을 달리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포스트(Post)-법률실사 업무는 M&A의 꽃이다. 집을 매수할 때 부동산 현황을 잘 아는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며 중개 및 상담을 의뢰하 듯이 회사를 사고 팔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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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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