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여의도 2시 청년'과 '10시 청년'의 이전투구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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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2   |  발행일 2022-08-22 제26면   |  수정 2022-08-22 06:53
국정 블랙홀 이준석 사태

욕설 난무로 정치 혐오도

가장 크게 남을 후유증은

청년정치 대한 기대 배신

기성정치인 책임도 크다

[송국건정치칼럼] 여의도 2시 청년과 10시 청년의 이전투구

"푸하하하." 국민의힘 전 대표 이준석이 자신에 대한 '추가 징계' 경고를 담은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입장문이 나오자 각 언론사에 문자로 보낸 첫 반응이다. 대통령과 맞서 싸우는 자기를 한낱 윤리위 따위가 또 징계하겠다고? "가소롭다"라는 소리다. 이준석은 박근혜 비대위 시절 같이 활동했던 성균관대 교수 이양희를 작년에 윤리위원장으로 발탁한 장본인이다. 당시 이준석은 "대선을 앞두고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면 윤리위가 기능하는 것이 당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윤리위가 당내 갈등을 일으키는 본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 하자 당 공식기구의 기능 자체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 '푸하하하'라는 문자엔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이 시대 '청년정치'의 경박성, 즉흥성, 무책임성이 모두 녹아 있다.

'친윤' 청년정치인 장예찬은 음악학원 운영 등 자신의 이력을 소개한 뒤 '여의도 2시 청년'이란 용어를 사용해 '이준석류'를 싸잡아 공격했다. 여의도 정가엔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2시에 세미나, 강연회 등 다양한 정치행사가 열린다. 장예찬은 여기에 기웃거리며 기성 정치인에 연줄을 대려는 청년들을 겨냥하면서 "정치 말고는 다른 일로 돈 벌어 세금 한 푼 내본 일 없는 자들"이라고 했다. 이에 이준석이 토론 배틀로 뽑은 전직 청년대변인이 나서서 '여의도 10시 청년'이란 말을 지어내 역공했다. 장예찬이 국회 기자실이 있는 소통관에서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이준석 대표를 비판한 걸 비꼰 말이었다. 여기에 이준석이 가담해 "예찬이가 뭐라고 하면 안 되지" 어쩌고 하며 SNS 비방전을 펼쳤다. 말초신경을 누가 더 세게 자극해 상처를 크게 후벼 팔지 서로 머리를 짜내는 모바일 게임 같다.

이준석 사태의 책임은 시각에 따라 달리 물을 수 있겠지만, 이번 파동이 윤석열 정부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정치의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는 건 분명하다. 할 일 많은 새 정부 초기에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고,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켰다.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 기자회견에서 '이 XX 저 XX'라는 욕설이 여과 없이 튀어나왔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하는 거로 해석된 패륜적 발언도 있었다. 특히 아쉬운 건 청년정치에 거는 기대를 무참히 배신한 점이다. '정치'에 대한 고민 없는 소모적 말싸움, 그들만의 또 다른 편 가르기, 눈앞의 이익만 좇는 이기주의가 실시간 중계됐다.

청년정치의 민낯을 드러낸 핵심 인물은 이준석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호가호위하며 기업인에게서 성 접대와 여러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이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다. 상황은 곧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비대위 효력정치가처분 심리 결과, 경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이준석이 '푸하하하' 무시한 윤리위의 추가 징계는 '제명'까지 갈 수 있다. 다만 이준석 본인과 추종자, 반대파들이 경쟁적으로 보여준 청년정치의 목불인견, 안하무인 행태는 당분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청년정치를 내세워 당 대표까지 지낸 이준석 때문에 젊은 정치지망생들의 진입로가 막히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인연 등을 앞세워 이준석을 한사코 감싸기만 한 기성정치인들 책임도 크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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