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무역수지 등 각종 대내외 경제지표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지는 등 경기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상황이어서 가계와 기업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24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무역적자는 14년여만에 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년여만에 1천340원을 돌파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둔화속도를 감안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지역경제동향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비자 물가지수는 107.54로 1년 전보다 5.4%나 껑충 뛰었다. 2분기 기준으로는 1998년(8.2%)이후 24년만에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강원지역 물가상승률이 6.6%로 가장 높고 이어 경북(6.5%)·제주(6.4%) 순이다.
환율도 무서운 기세로 폭주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종가 기준)보다 13.9원 오른 달러당 1천339.8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천3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29일(고가 기준 1천357.5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국 중앙은행(인민은행)의 기준금리 0.05%포인트 인하에 따른 위안화 약세 여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경계감도 시장을 짓눌러 달러 강세를 부채질했다. 그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은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0.19포인트(1.21%) 내린 2천462.50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 또한 18.30포인트(2.25%)내린 795.87에 마감됐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대구의 간판 기업인 '엘앤에프'의 주가는 전날 대비 3.25%나 내려갔다.
수출전선도 지붕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달 1~20일기준 무역적자 규모(통관 기준 잠정치)는 수입 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크게 웃돌면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14년여만에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수입증가율은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무려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글로벌 공급망 악화로 3대 에너지원인 원유(54.1%)·가스(80.4%)·석탄(143.4%) 수입액이 증가해서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2.4%로 하향 조정했다. 전분기 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예상치를 웃도는 경기둔화 속도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고하저(상반기 2.9%/ 하반기 2.1%)' 양상이 뚜렷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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