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명 찾은 '청도 코미디' 다시 웃을 수 있을까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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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7 06:43  |  수정 2022-09-27 06:46  |  발행일 2022-09-27 제3면
전유성 빠지자 긴 침체…'코미디 1번지'의 빛과 그림자

한국코미디타운
한국코미디타운의 상징인 '꼭두'가 바로 보면 안 보이는 재미있는 세상을 보기 위해 거꾸로 서 있다. 청도군이 코미디 메카를 꿈꾸며 2017년 이서면 양원리 일원에 조성한 한국코미디타운은 아이러니하게도 청도 코미디의 침체기를 연 비극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청도코미디'의 알파요 오메가는 사실상 개그맨 전유성이다. 2008년 경북 청도와 인연을 맺으면서 한적하고 조용하던 시골을 '대한민국 코미디 1번지' '코미디 메카'로 만들었지만 인연은 10여 년 만에 끝났다. 전유성이 청도군과의 불화로 2018년 전북 남원으로 떠난 지 4년이 지난 지금, 청도코미디는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대중의 기억 속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역을 알린 '10년 전성기'

'코미디도 배달' 기발한 발상으로
전유성 2011년 철가방극장 개관
예매율 1위 기록 등 전국적 인기
개그맨 지망생 육성 요람 명성도

악수가 된 한국코미디타운
시너지효과 대신 경쟁관계 초래
철가방극장 폐업하며 동반 추락
코로나 장기화로 체험학습 연명
10월 공연재개 부활 몸부림 주목

◆개그맨 전유성이 만든 청도코미디

전유성이 창안한 '청도코미디'는 한마디로 '코미디도 배달된다'로 요약된다. 코미디도 배달된다는 기발한 발상은 중국집 철가방이란 모티브를 가진 코미디철가방극장 건물로 구현됐다. 이곳에서 그는 서울 대학로 등지에서나 볼 수 있던 코미디공연을 배달이란 개념을 차용해 청도에서만, 청도에 와야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코미디공연을 선보였다.

철가방극장은 2011년 5월 개관해 7년 뒤인 2018년 4월29일 문을 닫을 때까지 무려 4천400회에 이르는, 단일 공연으로는 최다공연으로 기록될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 각지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의 관객이 찾았으며, 예약 사이트에서 수년간 예매율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청도코미디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그 열기는 대단했다.

◆개그맨 배출 요람이 된 청도코미디

청도코미디의 또 다른 특징은 전유성이 청도에서 개그맨 지망생을 모집해 양성한 점이다. 당시 그가 사비를 들여 운영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수많은 지망생이 그에게서 개그를 배웠고 배운 개그를 철가방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들은 개그 공채로 방송국까지 진출했다. 청도코미디가 개그맨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역할까지 한 것이다.

서울에서 개그맨 양성 단체 '코미디시장'(1기)을 연 전유성은 청도에서 2~7기 과정을 개설했다. 코미디시장에는 전국에서 300여 명의 지망생이 몰렸으며 8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국노래자랑 새 MC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개그우먼 김신영을 비롯해 신봉선·김대범·황현희·엄성태·박휘순·이재형·김민경 등이 전유성이 서울에서 배출한 대표적인 개그맨들이다. 청도에서는 KBS 공채 출신의 장윤석과 현재 tvN의 코미디빅리그에서 활동 중인 양배차·설명근, 개그콘서트의 김니나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국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짐에 따라 이들은 유튜브 등 SNS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개그맨은 유튜브 채널 '낄낄상회'를 개설해 구독자가 150만명에 달하는 장윤석이다. 지역 공연예술계는 "청도에서 개그를 배운 이들 개그맨이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할수록 현재 유명무실해진 청도코미디가 다시 살아나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유성도 몇 년 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도에서 개그를 배운 이들이 방송 등에서 활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들은 청도에서 개그를 배웠기 때문에 청도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추락 불러온 한국코미디타운

청도코미디의 정점은 한국코미디타운 조성이다. 코미디타운은 청도를 우리나라 코미디 메카로 조성하기 위해 사업비 180억원을 들여 2017년 이서면 양원리 일원에 조성됐다. 170석의 공연장과 전시·체험관, 생활관 1동 등을 갖췄다. 코미디공연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코미디박물관이다.

하지만 코미디타운이 오히려 청도코미디가 내리막길을 걷는 단초가 됐다. 특혜 논란을 의식한 청도군이 전유성이 아닌 다른 위탁업체에 맡기면서 공연 일정과 관객 유치 등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또 철가방극장과 코미디타운은 시너지효과는커녕 경쟁관계가 됐다. 개그 프로그램 폐지 등에 따른 지망생 감소로 근근이 공연을 이어오던 철가방극장이 먼저 운영난 등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지역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코미디타운을 조성하면서 공연장을 추가로 만든 게 화근이었다. 시장을 갈라먹기하면서 코미디타운과 철가방극장 둘 중 한 곳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다 코미디타운 개장 이듬해에 터진 청도군과의 우발적인 불화로 전유성이 2018년 7월 개나소나콘서트 1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청도를 떠나면서 10년간 전성기를 누렸던 청도코미디의 기반은 맥없이 무너졌다.

◆체험학습으로 연명 코미디타운

코미디타운은 개관 후 서울의 한 전시 관련 업체가 위탁 운영했다. 개그방송계의 대부로 꼽히는 김웅래 PD를 촌장으로 위촉해 2018년부터 주말마다 개그공연을 올렸다. 당시 방송에서 활동 중인 개그팀이 출연해 해피뉴찾사·깔깔쇼·코미디에빠지다·개그투데이·유머일번지·코미디일번지 등 수많은 공연을 선보였다. 하지만 3년 만에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계약을 포기했고 현재 다른 업체에서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업체마저 코로나 장기화로 2년째 코미디공연을 열지 못하다 최근에야 비로소 마술공연을 주말마다 열고 있는 실정이다. 또 평일에는 지역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위탁업체 관계자는 "코로나가 장기화한 탓에 당초 운영 계획과는 달리 2년째 공연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10월부터는 공연을 재개하기 위해 개그맨 윤형빈씨의 개그팀과 개그우먼 최현숙, tvN 코미디빅리그의 작가 등과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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