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가볍게, 새롭게" 코로나 이후 바뀌고 있는 명절 풍속도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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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9  |  수정 2022-09-08 17:35  |  발행일 2022-09-09 제1면

코로나19를 맞은 지 3년, 추석 명절 신(新) 풍속이 일상 속에 속속 자리 잡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예전의 명절이 '기대 반, 부담감 반'이었다면, 코로나 3년 차의 명절은 부담감이 확연히 줄어 들었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우선, 명절 음식 간소화 및 차례 생략은 트렌드가 됐다. 직장인 정모(34·대구 북구)씨는 명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갈 맛집을 찾는다. 5년 전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아 집에서 명절 음식을 먹지 않고 외식을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차례를 지내지 않고 가족들이 함께 성묘를 다녀온다"면서 "차례 음식은 재료를 사는 것부터 요리하는 과정이 힘들고 사실 남겨서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명절에는 송편을 주문해서 간식으로 먹고 평소 가고 싶었던 맛집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허모(여·40·대구 동구)씨는 "집안이 다소 보수적인 탓에 지금까지 명절 음식을 만들고 제사를 지냈지만, 이번에는 추석 당일 산소만 가기로 했다"며 "밀폐된 큰집이 아닌, 개방된 야외만 가는 게 집안 어르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집안 어르신께 '하얀 거짓말'을 할 계획인 자녀도 있었다. 강모(63·대구 수성구)씨는 "어머니가 옛날 분이라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신다. 그래서 전(煎) 등은 마트에서 구입하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탕국 정도는 직접 끓여서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것으로 제사상을 차릴 생각이다"라고 했다.

김연지(여·29·경북 안동)씨의 집은 음식을 만들고 친척들에게 인사드리러 다니는 과정을 생략하기로 했다. 최근 부모님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3년 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점점 명절 준비가 간소화되는 흐름 속에 있었기도 했다. 김씨는 "예년에는 우리 집도 '홍동백서(紅東白西)'를 굉장히 따졌지만, 이제는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안동에서도 '홍동백서'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집이 제법 있다"며 "요즘은 여행을 가는 집도 있잖나. 형태야 어찌 됐든 조상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바쁜 현대사회지만, 명절엔 그래도 서로 얼굴을 보려고 노력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 기간 여행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대구가 고향인 장모(45)씨는 "미리 양가 어른들께 허락을 받고 추석 명절 2박3일 동안 아내와 아이들과 청도로 캠핑 가기로 했다"면서 "재작년엔 부모님과 형네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갔었는데, 호텔에서 병풍 깔아놓고 제주 특산물을 상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원래 명절 아침에는 여러 집을 돌아다니고 인사드렸었는데,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갔다. 그래서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우리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추석을 보내자는 개념이 됐다"고 전했다.

'함께, 또 따로'를 택하는 시민도 발견된다. 이수경(여·30·대구 동구)씨는 "이모 네 분이 계시다. 이번 명절엔 외갓집에서 네 분끼리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며 "이모부들은 처가가 아닌 각자 본가에 가시는 개념이다. 코로나19 여파가 큰 것 같다"고 했다. 한 달여 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최성주(31·대구 수성구)씨는 "신부와 이번 명절은 각자의 집에서 따로 보내기로 했다"면서 "서로 결혼하기 전 마지막 명절인 만큼, 각자의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고, 양가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 하셨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전파 위험 때문이기도 하다"며 "랜선 결혼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친척들도 이해해주실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명절 문화가 바뀌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모(72·경북 경산)씨는 "살아가면서 형제 간 우애가 참 중요하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엔 점점 그 핑계로 서로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이런 명절 문화가 사라지고 희석되는 게 아쉽다. 살다 보면 전통적인 부분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결국 집안을 위해서도 좋고, 스스로도 심신이 단련된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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