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정부 미국진출 불허 결정에 "재심의 진행하겠다"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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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5 18:06  |  수정 2022-09-15 20:57  |  발행일 2022-09-16 제1면
대구의 간판기업 2차전지 업체...기술 유출 이유로 미국진출 제동
엘앤에프
대구 성서산업단지 소재 엘앤에프 영남일보 DB

코스닥 시가총액 3위(8조2천638억원)이자, 대구의 간판기업인 2차전지 업체 <주>엘앤에프가 미국 진출을 놓고 난관에 부딛혔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정부가 불허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는 것과 맞물려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돼 국내 산업경제계는 향후 정부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재심의를 요청키로 했다.


엘앤에프는 업계 최초로 90%이상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개발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공급한다. 최근 미국의 한 폐배터리 리사이클 업체와 손잡고 미국에 합작사(JV)설립을 추진해왔다. 배터리의 미국 내 생산을 겨냥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여파로 국내 관련 기업의 북미 진출이 불가피한 시점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의결안건 6건을 심의했다. 이 중 전기전자(2차전지 관련 소재·공정·생산기술) 분야와 관련, 엘앤에프가 승인을 요청한 미국 공장 건설에 대해서는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배터리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기술유출 위험성을 불승인 이유로 제시했다. 배터리 핵심기술 유출 시 국내 산업경쟁력 및 국가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기술보호 및 유출방지를 위한 보안대책 부족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에 엘앤에프는 15일 공시를 통해 재심의 진행 의사를 밝혔다. 추진중인 미국내 합작법인 공장 건설이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독자 공장 건립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엘앤에프 측은 "우리가 생산하는 '하이니켈 양극재'는 미래 먹거리 산업인 2차 전지의 핵심제품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이번 위원회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전제했다. 이어 "심의 때 미비했던 점을 보완해 재심의를 진행하겠다"며 "해외 단독 진출을 포함한 핵심기술을 보호할 여러 방안을 추가 검토해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심의 결과가 향후 신규시설투자, 해외 진출, 신제품 개발, 매출 전망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 "고 덧붙였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내외 시장에서 가치가 높고 해외 유출 시 안보·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수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관련 회사가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경우 산업부 장관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12개 분야 73개 기술이 지정 및 관리되고 있으며 이중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하는 엘앤에프의 기술도 관리대상에 해당한다. 니켈 함량 90% 이상 양극재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엘앤에프가 유일하다.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엄격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엘앤에프의 미국 진출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 이번 위원회에서 지적된 부분을 보완한다면 재심의에서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통상 2~3개월 주기로 위원회가 소집된다. 이르면 연내 재심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엘앤에프는 지난달 대구국가산단에 제 3공장 신규증설(6천500억원 투자)을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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