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미, 다시 찾은 기회

  • 박준호(구미전자정보기술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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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1   |  발행일 2022-09-26 제24면   |  수정 2022-09-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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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구미전자정보기술원 선임연구원)

구미는 임해지역이 아닌 내륙지역에 개발된 산업단지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전자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구미는 견고한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대기업을 유치하여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한때는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몰려드는 도시였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과 인재 유입 등의 이유로 대기업이 구미를 떠나면서부터 위기가 시작되었다.

구미의 위기에는 대기업 이탈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중소기업의 자생적 혁신이 없었다는 점이 한몫했다. 중소기업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품질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활동에 소홀히 한 것이 대기업이 이탈하면서 즉각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즉 인건비 상승이라는 국내 환경과 중국의 시장개방으로부터 가속화된 글로벌화라는 대외환경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대기업에 의존하다 결국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위기의 원인을 대기업의 횡포에서 시작되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기업이 원가를 낮게 측정하여 중소기업의 연구개발투자 여력을 저해시켰다고 보는 견해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적 이유에 대한 논쟁보다는 두 번째 찾아온 기회에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미는 그동안 공장가동률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하락하다 최근에서야 서서히 상승세로 전환하였다. 이와 더불어 SK와 LG 등 대기업이 다시 구미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각종 지표는 COVID-19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로 이전했던 제조 물량이 국내로 이전되면서 일시적으로 회복 곡선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언제든지 기업은 구미를 떠나고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계가 작용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유야 어찌 됐든 다시 찾아온 기회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은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최선의 노력을, 지자체는 중소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 제공과 함께 나침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1930년대 경제대공황의 여파로 형성되었던 블록경제가 지금 정치적 이념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고, 세계 경제는 GVC(Global Value Chain)체제에서 RVC(Regional Value Chain)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조비용이 상승하고 있으며, 비관세장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에서 중소기업이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파도에 올라탈 수 있도록 지자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중소기업이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지속 성장의 근간이 되는 창업가 양성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지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기업인들은 챈들러가 주장했듯이 대외 환경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찾아온 두 번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부)연구기관이 모두 힘을 모아 혁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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