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인사를 찾아서] '예천 호명면 출신'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 김은경
  • |
  • 입력 2022-09-28 07:08  |  수정 2023-01-11 07:45  |  발행일 2022-09-28 제13면
"모든 국민이 지역과 나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 누릴 수 있어야"

전병극차관2
전병극 문체부 제1차관이 서울 용산 국립극단에서 고향 예천에 대한 단상과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철학을 밝히고 있다.

"고향은 제 삶의 원천, 본질 같은 것입니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의 고향은 경북 예천군 호명면이다. 친구들 대다수가 학업을 위해 일찌감치 대구·서울 등으로 떠났지만, 그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향에 남았다. 그 시절 예천의 푸르른 산과 들을 걸으며 사유했던 경험은 풍부한 감성으로 이어져 오늘날 그가 펼치는 문화정책의 근간이 됐다. 특히 지역이라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신념을 굳힐 수 있었다. 그가 추구하는 문화정책은 다양한 불균형의 해소로 요약된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양극화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문화예술의 추동력으로 보다 자유로운 삶을 제안한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문화예술로의 접근이야말로 문화매력국가를 위한 필수조건임을 강조했다. 대구경북의 유구한 문화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는데, 올해 참석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 기대감을 보였다.

차관-교황
지난달 교황청의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한 전병극 차관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체부에서 제1차관을 맡았는데, 역할이 궁금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콘텐츠·저작권·미디어·체육·관광·국정홍보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중 1차관은 문화예술·종무·콘텐츠·저작권 및 미디어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무관으로 임용돼 문화예술정책실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27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근무했고, 지난 5월 1차관으로 임명을 받아 돌아왔습니다."

▶외로움, 고립감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 존재하던 사회적 관계들이 소실돼 가면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빚어내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치매고위험자, 학교 폭력 피·가해자, 정신건강 상담 수요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사업 등을 통해 국민의 심리적 상처 치유와 사회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MZ세대까지 가세하며 활황인 한국 미술시장을 평가한다면.

"2021년 한국미술시장은 약 9천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전 세계 미술시장의 1%를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전 세계 유수 미술관과 화랑의 관계자들은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했습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한국 작가가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하고, 국내 아트페어와 화랑의 국제무대 진출을 지원할 것입니다."

"지역간 문화 불균형 해소 위해
강소도시를 문화도시로 지정
예술·관광·일자리 등 망라된
문화중심 도시발전 모델로 육성
기반시설 건립예산 지방 이양
지자체별 문화발전 노력 필요"


▶대구는 1970년대 이중섭·유치환·구상·박목월·현진건 등 수많은 예술인이 활동한 근대문화의 도시다. 대구문화를 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대구는 일제강점기부터 문학, 음악, 미술 분야의 수많은 원로예술인이 활동한 근대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1900년 영국 선교사에 의해 최초의 피아노가 대구로 들어오면서 서양음악이 본격 연주되었고, 최초의 음악감상실 '녹향'도 대구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7년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것도 문화도시로서의 역사와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대구는 현재도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44개의 화랑이 운영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셋째로 판매액이 큰 대구국제아트페어가 개최되는 미술 문화의 지역 거점입니다."

▶올여름 3년 만에 재개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폐막식에 참가했는데.

"문체부는 16년째 대구에서 개최하고 있는 딤프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북도청 이전 터를 문화예술허브로 조성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지역공약 실현을 위해 내년엔 뮤지컬콤플렉스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딤프가 부산영화제, 광주비엔날레와 나란히 성공 가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북도청 이전 터의 경우 지리적 위치, 부지의 역사·문화적 가치, 주변의 사회·문화·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청사진을 먼저 수립하고, 뮤지컬콤플렉스 조성 등 후속 연구를 통해 대구의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경북도청 이전 터 문화허브 조성
역사적 가치·주변여건 등 고려
문화발전 견인 공간 활용 계획
뮤지컬콤플렉스 용역 내년 진행
대구는 미술문화의 지역 거점
아트페어·화랑 국제진출 지원"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해소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는데.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산을 발굴·활용하여 지역문화의 매력을 높여야 합니다. 지역의 강소도시를 문화도시로 지정하여 집중 지원함으로써, 문화를 중심으로 예술, 관광, 산업, 도시계획, 일자리 사업 등이 망라되는 문화중심 종합적 도시발전 선도 모델인 명품 문화도시를 육성하고자 합니다. 한편으로 내년부터 지역의 문화기반시설 건립 지원 예산이 전액 지자체로 이양되게 됩니다. 지자체에서도 예산 배분을 비롯해 가능한 노력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역문화시설 조성과 관련해 긍정적 사례를 얘기한다면.

"정부는 신규 문화시설 건립뿐 아니라 지역별 역사와 특색이 있는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각 지자체와 협의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치된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흉물'이 '2030세대의 문화 아지트'로 탈바꿈한 좋은 사례입니다. 구 경북도청 이전부지 역시 역사·문화적 가치와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하여 지역문화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역민은 국립예술단의 수준 높은 공연 등을 보다 많이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민의 선결 조건 중 하나로 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를 강조하였습니다. 지역균형시대를 만드는 데 있어 무엇보다 문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역에서도 수도권 못지않게 문화시설에 접근하고, 삶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생활문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 나이,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온 국민이 공정하고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