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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빛-바람' |
갤러리가 아니라 마치 대숲에 온 듯한 착각이 인다. 대나무 작품들이 관람객을 감싸주고 있어 눈을 감고 고요히 대숲의 공기와 내음을 느끼고 싶어진다.
20년간 줄곧 대나무를 그려 온 작가 이창규의 '빛, 바람'展이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동원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나무 작품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회화에는 대나무의 수많은 모습이 화면 가득 호흡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도도하고 곧은 자태로 뻗어있는 모습부터 대나무 숲속에 빽빽이 줄지은 모습, 음지 속에서 빼꼼히 보이는 대나무 모습 등에 이르기까지 여과 없이 화폭에 담긴다. 여기에 빛과 바람이 대나무의 자태에 한층 조형미를 더해준다. 특히 작가만의 특유의 빛 표현은 대숲에 생동감을 주고, 다양한 구도와 계절 변화의 사실적 표현으로 대나무숲의 자연을 온전히 느끼게 해 준다.
작가가 대나무 작품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02년. 당시 스케치 여행을 떠났던 담양 소쇄원에서 대나무와 빛, 바람이 연출하는 조형미에 취해 대나무 그림을 그리게 됐고 이후 20년간 대나무 숲에서 보고 느낀 감흥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대숲이 있는 전국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는 작가는 "강렬한 빛보다는 미세한 빛이 좋다. 또한 미세한 바람에 대나무가 스르륵스르륵거리는 그 소리가 너무 근사하다. 그 대나무의 리듬과 내음에 매료된다"면서 "이른 새벽 안개 낀 듯 뿌연 느낌을 뿜어내는 대숲의 조형미도 환상적"이라고 대나무 애찬론을 펼쳤다. 이어 "대나무는 움직이지 않는 척 움직인다. 변화가 없는 듯한 변화인 셈"이라면서 "빛, 바람, 내음 등과 어우러지는 대숲의 모습을 통해 급하지 않은 리듬감을 느끼고 그 선율과 감흥을 다양한 화면 구성의 변화를 통해 화폭에 담아낸다"면서 "이 그림을 통해 관람객들이 함께 미세한 리듬을 느끼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10일까지.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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