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몬드리안의 그림 속 세상

  • 김윤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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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4  |  수정 2022-10-04 07:26  |  발행일 2022-10-04 제21면

[문화산책] 몬드리안의 그림 속 세상
김윤경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은 직선의 딱딱한 회화 덕에 인간미가 덜 느껴지는 인물로 간주된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단순한 형태의 그림을 통해 큰 소리의 웅변을 계속한, 마음의 소리에 따라 작업한 화가였다.

풍차·나무 등 초기 풍경화는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그림들과 달라 보이지만 이들이 같은 DNA를 가졌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그의 그림이 균형에 관한 것이라 배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수직, 수평의 선, 표식 등이 유채로 그어진, '대칭'이나 '균형'이라는 말로만 이해될 수 없는 긴장감이 주는 조화를 의미한다. 그는 관객이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기를 원했으며 화면의 모든 요소가 제 역할을 하며 그로 하여금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는 마법 같은 과정에 매료됐다. 고전적 구상에서 현대적 추상으로의 진화인 듯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의식 이면의 것들을 볼 것을 권고한다. 구상과 추상의 구분에 개의치 않았던 그에게 회화는 항상 '추상'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그림 중 일부는 빨강·노랑·파랑 등의 몇 가닥의 선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구성과 색의 미묘한 조화, 효과에 들인 노력을 알 수 있다. 자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그는 가장자리에 표시를 한 뒤 천천히 선들을 칠했다. 또한 튜브 물감 그대로의 색을 쓰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섞어 미묘한 물감의 층을 만들어 냈다. 그 모든 과정이 직관에 의한 것이요, 구성하며 지우는 하나의 긴 여정이었다.

몬드리안은 재즈 댄서이기도 했다. '폭스 트롯'이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등 현대적 리듬이 들려 오는 그림들은 그가 말끔한 표면만을 중시한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여러 형태의 문화적 표현을 자신의 양식과 연결한 맥시멀리스트라는 것을 알려 준다. 그는 회화가 인류의 빛과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희망적인 비전은 그에게 목적의식을 심어 주었고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 이상의, 생명력이 가득한 회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빠른 세상, 인간이 수명을 다하고 죽기 전에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팬데믹, 기후 변화 등에 대한 불안은 많은 화가로 하여금 편안히 그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전쟁을 피해 약혼녀도 버리고 개명까지 하며 뉴욕으로 도망쳐 온 그를 들뜨게 한 것이 오직 그림 속 세상이었다니 '너머의 공간'을 추구한 그의 세계관이 더 궁금해진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항상 꿈을 꾸는 삶을 살았다. 그러한 그의 열망이 '그림'이라는 신비로운 사물 안에 영원히 남았다.

김윤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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