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였으니 봐 준다"…스토킹범죄 황당한 감형 사유 국감서 지적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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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6  |  수정 2022-10-05 18:11  |  발행일 2022-10-06 제10면

스토킹 범죄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연인'이라는 것이 가해자에 대한 감형 사유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지난 4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판결문 90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28건 중 40%에 달하는 11건과 벌금형(26건) 중 54%(14건)가 연인관계였다.

 

대구지법 의성지원은 지난 4월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경북 청송에서 다방을 운영하는 B(여·54)씨는 2016년부터 손님으로 방문한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자신 아닌 다른 남성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한다는 이유로 지속·반복적으로 접근했고, 이에 B씨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실제 A씨는 2019년 B씨에 대한 상해죄 등으로, 지난해엔 두 차례 B씨에 대한 업무방해죄 등으로 총 3차례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런데도 불구, 지난해 A씨는 다시 한 번 B씨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고 따라다니는 등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다방에서 나와 걸어가는 B씨를 발견하고, 몰래 접근해 뒤를 따라가는가 하면, 같은 해 12월 13일 오후 9시쯤에는 B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중, 다방에 들어가는 B씨를 발견하고 접근해 욕을 하고,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했다. 또 다음 날에는 다방 앞에서 B씨의 모습을 동영상 촬영하면서 다방 안으로 들어가기를 시도했다.

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자숙하지 않고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고, 개전의 정을 찾을 수도 없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며 다시는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수원지법에서는 법정 구속된 스토킹 범죄자가 구치소에서 또 다시 편지로 스토킹을 했음에도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 내용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형 대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심지어 그는 집유 판결 이후 피해자에게 본인이 풀려난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계좌번호로 특정 금액을 입금하기까지 했다.


이 의원은 입수한 판결문 속 양형 사유에 '피고인이 피해자와 10년 전부터 만나 오랫동안 교제를 해온 사이였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와 8개월 전부터 만나 교제를 해온 사이였던 점', '피해자와의 이혼 과정에서 이 사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여 그 동기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이 적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연인관계에 있다면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수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 피해자는 재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데, 감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피해자에게 결과가 통보되지 않는 영장실질심사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 의원은 "서울 신당역 사건의 경우, 전주환의 영장실질심사 개시와 기각 사실에 대해 어떤 수사·사법 기관도 피해자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면서 "실제 피해자는 '제 일인데 저만 빼고 진행되고 있다'며 변호인에게 불안감을 호소했다"라고 지적했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보해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대법원 예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법원행정처는 "취지에 공감하며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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