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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지음/와이즈맵/336쪽/1만9천원 |
이념, 권력욕, 국뽕사관에 사로잡혀 조작된 수많은 괴담은 역사의 탈을 쓰고 우리 곁을 떠돌고 있다.
'대한민국 징비록' '매국노 고종'을 통해 역사의 민낯을 밝혀왔던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 중인 저자는 진실이라고 확정돼 버린 역사적 가짜뉴스를 '괴담'이라고 규정한다.
2022년 8월 월대 복원을 포함해 1천68억원이 투자된 대규모 공사를 마친 광화문광장이 개장했다. 공사의 근거는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을 이은 축 위로 도읍지와 궁궐을 설계했다는 정도전의 '백악주산설'이다. 풍수지리로 조선 수도 한성이 건설됐는데 그걸 간악한 일제가 비틀었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 광화문 앞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풍수설에 입각한 논리는 근거 없다'는 주장에 광장 복원을 주도한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다 찾아본 건 아니니 풍수상의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공사가 다 끝나가는 마당에 자신의 풍수지리 주장이 근거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것이 '광화문 괴담'의 전말이다.
책은 이 '광화문 괴담'처럼 현대에 벌어지고 있는 괴담부터 과거의 시대 상황과 목적에 따라 조작된 괴담까지 역사의 탈을 쓴 총 17개의 괴담을 해체하고 광범위한 사료와 취재, 철저한 고증을 통해 파헤친다. 일본군 말 위령탑을 조선 왕실 제단으로 둔갑시킨 문화재청의 괴담, 학문을 탄압한 정조를 '개혁군주'라 찬양하는 괴담, 최익현이 대마도에서 장장 4개월 동안이나 단식하다 순국했다는 괴담, 총독부가 경희궁을 파괴했다는 악마주의적 괴담, 호찌민이 '목민심서'를 애독하고 정약용을 숭배했다는 괴담, 헤이그 특사 이준이 할복자살했다는 괴담 등 진실이 되어버린 거짓을 날카로운 문체로 고발하는 과정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더해줘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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