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
부동산 경기가 심상치 않다. 주택 착공은 1~8월 누계 기준 전년 동일기간 대비 25% 감소했고, 1~7월 누계 아파트 매매량은 52% 감소했다.
8월 기준 전국 미분양은 3만3천호로 10년 평균(2012~2021년) 5만1천호 대비 적은 수치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대 건설사의 2022년 분양 물량도 9월 기준 연간 목표치 대비 평균 50% 수준밖에 채우지 못했다.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분양 시장을 감안할 때, 10대 건설사의 분양 물량을 대부분 연간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된 것은 가파른 금리상승이 주원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덩달아 올리고 있고, 이에 연초 5% 수준에 불과했던 'PF대출(선순위 기준) 금리'가 현재는 10%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규모의 타인자본을 이용하는 개발 사업 특성상 'PF 대출 금리' 급등으로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개발을 진행중인 사업도 만기 1년 미만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금리 인상과 더불어 연초 대비 주식 등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하락하며 부동산 고점 심리가 만연한 것도 부동산 경기 악화의 원인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매입을 미루고 있고, 청약 경쟁률 역시 하락하고 있다.
매도자 입장에선 전년 대비 하락한 가격으로 집을 매도하고 싶지 않아 한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2022년 월간 아파트 매매량은 평균 2만9천건(10년 평균 5만5천건)에 불과하다. 당분간 매매량 반등은 어려워보인다.
이러한 이유들로 주택 영위 대형 건설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연초 대비 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주가는 각각 43%, 29%, 42% 하락하며 코스피 대비(-28%)로도 언더퍼폼했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기대감으로 연초 급등했던 주가를 모두 반납한 이후에도 큰 폭의 하락이 발생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악화뿐만 아니라 철근, 레미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원가율 압박도 발생하며 전방위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건축 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은 미국 연준의 강력한 긴축 정책과 수요 둔화로 2023년에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주택 공급은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가 사업주인 도급 사업은 물론 정비사업 역시 2022년 대비 둔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현재 악화된 시황에서 공격적인 분양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안정성과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지 위주로 보수적인 분양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과거에 비해 대형 건설사의 연대보증 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우발채무의 위험도는 낮아졌다고는 하나, 사업지의 미분양 문제 등에 따라 시행사로부터 공사비를 제 때 정산 받지 못한다거나, 대물로 변제 받는 등의 리스크는 아직 산재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부동산 시황 속에서 건설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대형 건설사들의 선별적 분양 전략과 시공·개발 중인 사업지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