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여고, 1907년부터 피아노 교육·연극형식 수업…발군의 예술·창의적 인재로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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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4 07:11  |  수정 2022-10-24 08:19  |  발행일 2022-10-24 제13면
[신명고, 개교 120주년 발자취] 〈하〉 아름다운 작품을 빚는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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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찬양대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193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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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셀로' 공연 후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1960년)

'신명은 동산이다.' 신명고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신명은 직장이나 학교가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읊으며 연극하는 수학교사, 바이올린 켜는 생물교사, 노래는 기본으로 잘하는 선생님들과 재기 넘치고 진취적인 학생들이 격의 없이 어울렸던 즐거운 배움터요 정겨운 놀이터였다. 신명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신명동산에서 배출된 창의적인 인재들은 지역 문화예술을 선도해 오고 있다.

셰익스피어 연극하는 수학교사 등
학생에 즐거운 배움터이자 놀이터

대구 유입 두번째 피아노 통한 교육
영남 첫 합창단 등 '음악도시 시발점'
매년 성탄축하연극 전통·저력 계승
극작가 박진숙·김미정 등 활동 왕성


◆대구 문화예술의 요람

신명은 '음악 도시 대구'의 시발점이었다. 1900년부터 선교사들이 피아노, 관악기 등 서양악기들을 들여왔는데, 신명은 선교사 파커가 미국에서 들여온 대구 두 번째 피아노를 기증받은 1907년부터 피아노 교육을 시작했다. 신명여학교는 '소리의 계몽'을 통해 신여성을 배출했고, 그들의 음악은 '근대'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했고, 대구가 음악이 흐르는 도시, 음악명문대학이 있는 도시로 성장하는 데 초석이 됐다. 신명학교는 추애경(8회·영남 최초 소프라노·미국 활동), 변화경(52회·피아니스트·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이성원(64회·피아니스트·계명대 쇼팽음악원 교수·금복문화상 수상)을 비롯해 많은 음악인을 배출했다.

신명은 합창시대의 문을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1913년 신명찬양대가 본관 낙성식에서 교사(어드만 부인)의 피아노 반주로 축가를 부르면서 영남 최초의 합창단 신명합창단의 활동이 시작됐다. 이듬해 신명합창단을 모태로 대구 최초의 혼성합창단이 창단됐다. 지도를 맡은 한국 근대음악의 대부 박태준은 가곡, 성가곡, 다양한 서양음악을 소개하고 대구를 음악도시로 키웠다.

신명 합창의 전통은 신명합창단 100주년을 기념해 2012년 6월18일 재창단된 'SM코러스 청라'로 이어지고 있다. 세대별 동문 60여 명으로 구성된 SM코러스 청라는 어떤 곡이든 초견에 3부 화성으로 부르는 뛰어난 실력으로 정기 연주회를 비롯한 각종 연주와 봉사활동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

2014년 음악중점학교로 선정된 신명고는 성악, 작곡, 기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윈드 오케스트라, 2015년 전국환경노래 합창경연대회 대상, 2016년·2018년·2022년 전국고교합창대회 대상 등 화려한 수상실적을 자랑하는 청라콘서트 콰이어는 신명의 자랑이다. 음악중점과정프로그램으로 2017년 첫 졸업생부터 매년 서울대에 진학하고 있다.

신명은 공연예술 분야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매년 12월 성탄축하 행사 중 연극은 주요 프로그램이었고,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서양 고전 명작을 영어연극으로 공연했다. '베니스의 상인'(1928·1953·1960), '오셀로'(1960), '죄와 벌'(1954), 'Why the Chimes Rang?'(1964) 등의 공연 사진이 남아있는데, 1960년 공연된 '오셀로'는 수학교사였던 허기욱이 오셀로 역과 연출을 맡았고, 당시 소품과 의상을 전문 극단에서 빌렸다고 한다. 1967년 개교 60주년 기념행사에는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 선생이 1956년 발표한 오페레타 '운림지(雲林池)'를 아세아 극장에서 공연했다. 연극하는 수학교사 허기욱 선생이 연출하고, 서울대 작곡과 출신 음악교사 조병찬 선생 지휘 그리고 미술교사 김익수가 무대 세트를 제작하고, 서울 음대 재학 중이던 동문 성악가들과 재학생이 참여했으며,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할 만큼 대단한 행사였다.

수업에도 연극형식을 도입했다. 교사 황수현의 열성으로 1962년, 1964년 강당에서 살인죄와 과실치사죄에 관한 모의재판을 열었는데, 당시 대구지방법원 최재호 판사와 대구지방법원 유병갑 검사가 각각 임석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한 신명인들은 1965년에는 전교생이 한일협정 비준 반대 농성데모와 기도회를 여는 등 사회와 국가의 안위에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을 보였다.

일제강점기부터 매해 성탄축하공연을 올렸던 신명의 연극적 전통과 저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신명 출신 극작가로는 박진숙(53회)을 손꼽을 수 있다. 그는 인기 드라마 '아들과 딸'의 작가로 남존여비사상의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내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했으며, 조선대 문예창작과에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허기욱 선생의 제자인 김미정(63회)은 영문학자로서 연출평론가이자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고전명작을 한국 초연과 대구 초연으로 올려 대구여성연극인으로는 처음으로 대구예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7년 대구시립극단 객원 연출로 오영수 선생을 주역으로 한 '리어왕'을 연출한 바 있다. 국립극단의 무대를 도맡아 꾸미는 무대디자이너 김혜지(85회)도 신명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예술가이다. 우아하고 세련된 무대, 정교하고 상징적인 소품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2016년 제4회 서울연극인대상 스태프상(무대디자인)을 수상했다. 패션 디자이너 박동준(55회)도 신명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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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교 110주년을 맞아 SM총동창회가 기념행사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명고 제공>

◆신명동창회

헬렌 켈러 여사의 당부와 기대대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피어난 신명 졸업생들은 신명동창회를 통해 신명동산에서 받은 사랑을 모교와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1914년 발족한 신명동창회는 1944년 2월14일 일제 당국이 단시일 내에 재단을 설립하지 않으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압박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동문들이 재단설립기금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고, 신명재단을 설립하여 신명동창회의 저력을 입증했다.

신명동창회는 재단 분규로 인해 1954년 6월14일 재조직되었다. 1957년 개교 50주년 대강당 신축비를 지원(회장 이영현 9회)했으며, 1967년 개교 60주년을 맞아서는 서울 및 부산지구 동창회 지회를 조직해 모교지원체제를 구축했으며, 도서관 건립 및 도서수집운동을 전개했다. 교지(校地) 확장 사업에도 기금을 지원했다.

1972년 개교 65주년 3·1 운동 기념탑 건립비 지원(회장 임성애 15회), 1977년 개교 70주년 기념 교내 시설 지원(회장 김장옥 15회), 1987년 개교 80주년 기념관 및 체육관·음악실 등 건립 지원(회장 신동학 35회), 1997년 개교 90주년 종합정보교실 멀티미디어실 개설(회장 박병희 43회), 2007년 개교 100주년 행사(회장 배이순 42회), 2009년 11월 신명장학재단 설립(회장 석정달 45회), 2010년 권정순 기념관 건립 지원(회장 석정달 45회), 2012년 SM 코러스 청라 창단(회장 박문자 48회), 2017년 신명동창회 110주년·신명개교 115주년 홈커밍 행사(회장 김복규 54회), 2019년 3·1 만세운동 100주년 기념행사(회장 김복규 54회), 2022년 신명 120주년 기념행사 및 신명 출신 독립운동가 기림집 발간 예정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신명장학회

모교에 대한 자긍심과 애교심이 각별한 신명동문들은 일찍이 후배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1956년 2월, 특기자 양성을 돕기 위해 동창회에서 2만환의 장학금을 모교에 기탁한 동창회는 동창회 조직 내부에 장학부를 만들어 활발한 장학활동을 이어오다 개교 95주년을 맞아 장학금 지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명동창회 장학회를 발족했다.

2009년 초, 최종덕 고문과 석정달 전 동창회장을 중심으로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재단법인 신명총동창회장학회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12년간 2억7천만원의 장학금과 연구비 및 교육활동 지원금을 지급했다.

개인 장학금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권정순 장학재단은 소외된 이웃 사랑과 장학사업에 열정을 바친 고(故) 권정순 동문(60회)의 뜻을 기리기 위해 부군인 서동해 회장이 경영하는 동해금속 계열사와 서동해 회장의 개인 출연금을 합한 80억원을 기본 자산으로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2009년부터 지금까지 11억4천만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했다.

우송재단은 우송(愚松) 김학봉 회장(부인 고(故) 여정옥 동문 1935년 입학)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2014년 9월부터 총 2억4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우송재단 김대곤 이사장(부인 김영화 54회)은 올해도 10명의 학생들에게 개인당 300만원씩 총 3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특히 2018년 4월에는 다기능교실 증축사업으로 2억5천만원을 기탁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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