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2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 김성태(영화평론가, 국제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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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9 16:50  |  수정 2022-10-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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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문화비평가

올해 노벨문학상은 프랑스의 소설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d, 1940~ )에게 돌아갔다. 역대 수상자 119명 가운데 여성으로서는 17번째이며 프랑스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다.

프랑스는 1901년 러시아의 대문호 레흐 톨스토이를 따돌리고 자국 시인 쉴리 프뤼돔이 제1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최다 수상자(16명) 국가가 되었다. 2018년 노벨문학상 위원회가 성추문 사건에 휩쓸려서 여성들이 수상하기에 유력해졌다는 설도 있다.

아니 에르노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죽은 언니에 대한 작품도 남겼다. 아니 에르노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20편 정도의 작품이 번역되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데, 자신이 직접 겪은 진실만을 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여 왔다.

소설 '빈 옷장(1974)'으로 등단하였으며, '그들의 말 혹은 침묵(1977)', '얼어붙은 여자(1981)' 등 자전적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2008년 '세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 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으며, 2003년에는 아예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되기도 할 만큼 문단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녀는 사춘기 때 숲속 여름학교에서 첫 번째 경험했던 섹스, 1960년 영국 런던에서 보모로 알바를 한 뒤 귀국 후 대학 재학 중 원치 않은 임신으로 당시는 불법이던 낙태를 한 경험, 유명 작가가 된 후 소련대사관에 근무하던 연하 유부남과의 내연 관계, 헤어진 연인에 대한 집착 등 적나라한 고백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 여과 없이 드러나는 소위 '문제적 작가'로도 불렸다.

아니 에르노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출신이다. 소도시 릴본에서 아니 뒤셰슨으로 태어나 인근 이브토에서 카페 겸 음식점을 운영하던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하였으며, 내세울 것 없는 집안 출신이라는 열등감에 잠겨 있었다. 노르망디에 소재한 루앙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으며, 중등학교 교사를 거쳐 71년 현대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하였다. 2000년까지 방송통신대학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작품들은 영화와도 인연이 많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남편이 촬영하고 아니 에르노가 아들 다비드 에르노-브리오가 공동 감독한 다큐멘터리 홈비디오 영화 '슈퍼 에이트 데이즈'가 상영되기도 하였다.

뭐니 뭐니 해도 봉준호 감독이 개막을 선포하고 심사위원장이 되어 시상까지 한 2021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황금사자상)을 차지한 '레벤느망(L'Evenement)'을 들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작 동명 소설이 원작이고 오드리 디완이 감독하였다. 2022년 3월 국내에서도 같은 프랑스어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한편 레바논 출신 다니엘 아르비드 감독의 '단순한 열정'(Passion Simple)도 2020년 칸국제영화제 진출했다. 1991년 작 동명소설이 원작인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바가 있으며 한국 시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니 에르노는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한다. 또한 좋은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는 먼저 다독할 것, 그리고 글을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는 정직하게 쓰기를 권유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김성태 (영화평론가, 국제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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