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대통령을 구중궁궐에 가두려는 사람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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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0   |  발행일 2022-10-10 제22면   |  수정 2022-10-10 06:52
지지율 고공행진 文
좀처럼 안오르는 尹
감춰진 청와대 생활
완전히 노출된 용산
국민 접촉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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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은 최근 필자와 유튜브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원인을 분석했는데, 매우 흥미롭다.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지율이 수치상 고공행진을 했음에도 정권이 (민주당으로 이어지지 않고) 교체된 이유를 생각해 보자'라고 했다. 자문의 자답은 "문 전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어느 고위 공무원에게서도 들은 적 있다. 유난히 그 시절에 대통령은 구중궁궐 청와대 안에서 고상한 척, 착한 척만 했고 악역은 장관이나 문 대통령이 공천한 여당 국회의원, 열성 지지층 SNS 부대가 맡았다. 가령, 조국 사태나 윤석열 검찰총장 축출 시도 때 문 대통령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총대를 멨고, 여당의 강성 친문 그룹과 문 대통령이 '양념'이라며 부추겼던 팬덤이 뒤를 받쳤다. 그들이 욕을 먹어도 거기서 그치고 나쁜 여론이 대통령까지 미치지 않았다. 대통령의 '메시지' 자체가 없었으니까.

김재원의 이어진 말이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에 나와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고 매일 언론인들에게 대답해주는 일상을 산다. 권위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지낸다. 이게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대통령의 권위는 굉장히 높고 신성해야 하는데, 청와대에서 나와 술도 마시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건 국민이 기대해온 대통령의 이미지가 아니란 설명이다. 국민은 마냥 소탈한 모습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언론 노출을 신중히 하는 게 지지율에 도움이 될 거라고 김재원은 내다봤다.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지금의 언론환경이 결코 보수 정권에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면 낼수록 비틀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야당은 '노출된 대통령'의 태도 하나, 말 한마디를 계속 왜곡하고 부풀린다. 친야당 성향의 언론은 그걸 검증 없이 전파한다.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 순방에서 쏟아졌던 '가짜뉴스'들은 그런 카르텔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이 상황을 걱정하는 여권 사람들은 우선 윤 대통령의 출근길 기자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하자고 한다. 야당에서도 국민이 꼭 듣고 싶어 하는 질문엔 대답도 하지 않는 선택적 약식 회견을 왜 하냐고 따진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 많은 손가락질을 받으며 청와대 구중궁궐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용산 구중궁궐에 갇히란 말인가. '청와대의 문재인'처럼 '용산의 윤석열'도 고상한 척, 착한 척하고 욕먹을 일은 장관과 여당 의원들에게 던지란 말인가. 문재인 정권 내내 보수 진영 사람들은 그토록 반칙과 특권, 실책이 난무하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왜 떨어지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지금은 윤 대통령이 미숙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역대 최저급 지지율밖에 기록하지 못하는데 난감해한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문재인 시절엔 대통령을 비껴갔고, 윤석열 시대엔 대통령에게 온통 쏠리고 있다. 그렇다고 감성적 부분을 배제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국민 실생활이 별로 비교되지도 않는다. 윤 대통령은 국민 속에서 부대끼며 국정을 운영하는 바람에 비판의 화살을 혼자 다 맞아도 성공한 권력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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