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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이어지면서 외교·국방 당국이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조율된 전개'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전단을 영해 인근 공해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를 협의 중이냐는 질문에 "한미는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조율된 전개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을 통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당국은 여권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배치에는 신중론을 보였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우리가 현재 가용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한반도에서 핵 공유가 필요한가, 아직은 저희가 그런 논의를 하지는 않고 있다"며 "필요한 시기에 미국의 어떤 전략자산이 올 것인가, 어떻게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상황을 관리할 것인가, 그런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 차관은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들어간 점을 들어 "미국도 전술핵을 재배치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SLBM을 실은 미국 원자력추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전단을 영해 인근 공해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통해 '실질적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내외 반발을 고려해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고수하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절충적 선택지라는 점에서다. 이른바 '실질적 핵 공유'로 불리는 이 방안은 궁극적으로 미국 측이 역내 안보전략 차원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로, 현재 한미 양국 간 물밑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활용하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유력한 카드로 거론돼 왔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적시에 핵 잠수함 등 전력들이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새 정부 출범 후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제시한 상황에서 뒤늦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무장을 추진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30년 넘게 대북 정책의 근간이 돼온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사실상 파기하는 데 따른 외교적 파장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차관은 태평양 괌에 배치된 미 전략폭격기나 핵 추진 항공모함, 핵 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자는 주장에 대해 "그 정도면 핵 공유라고 부르고 싶다"면서도 "(현재 논의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어느 시점에,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다만 한미 간의 확장억제 협력이 여러 가지 옵션들이 다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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