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원고료 줍니까?

  • 성병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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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7  |  수정 2022-10-17 08:01  |  발행일 2022-10-17 제20면

[문화산책] 원고료 줍니까?
성병조<수필가>

글 쓰는 사람에게 있어 원고 청탁은 창작을 향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청탁이 넘치는 경우도 더러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런 생각 속에서 글을 쓴다. 유명 신문이나 이름난 잡지인 데다 고료까지 듬뿍 얹히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전통의 '샘터'와 함께 요즘 인기리에 팔리는 '좋은 생각'에서 원고 청탁을 해온 적이 있다. 주제와 분량을 명확히 제시하여 그곳의 편집 방향에 맞췄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잡지사가 무척 고맙다. 이런 잡지 덕분에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작가에게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없다면 어떨까. 가수에게 공연할 무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도 노래도 어느 단계에 오르면 대중에게 선보여 공감을 사고 평가받는 일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애써 만든 작품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되기보다는 넓은 지면에 소개되어 많은 독자가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유명작가 반열에는 들지 못해도 청탁이 이어지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고료가 많이 따르면 좋겠지만 요즘 언론사나 문예지의 형편이 그리 녹록지 않은 걸 어찌 모르겠는가. 원고료를 주지 않는 곳도 많다. 고료 대신 작품이 게재된 책이나 선물을 보내 주기도 하지만 너무 서운해할 일은 되지 못한다.

문청 시절의 일이다. 작품이 생산되면 어느 신문이나 잡지사에 보낼지를 궁리한다. 작품의 수준과 성격, 분량에 따라 어디가 적합한지 따져보는 일이다. 요즘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별 차이도 없는 작품을 복수의 언론사에 보낸 적도 있다. 시사성 높은 글은 타이밍을 잘 포착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도 채택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이해하더라도 고료에서 완전히 초연해지기는 어려운가 보다. 고료라는 게 어느 정도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제때 출간을 힘겨워하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원고료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으로 비칠 수 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작가는 고료가 없으면 청탁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러운 일이다. 언감생심(焉敢生心) 급부를 바라지만 상대방은 '묵히게 될 작품을 지면에 게재하여 독자들이 읽으니 얼마나 좋은가'라는 반론을 가질 수도 있을 터이다. 어느 언론사에 에세이를 기고하여 편당 40만원씩 두 차례 받은 적이 있다만 요즘은 그런 빛나는 코너는 찾아보기 힘이 든다.
성병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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