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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화가 |
런던의 젊은 환경 운동가들이 지난 금요일 아침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위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은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Just Stop Oil'이라는 환경 단체의 일원으로 수프를 뿌린 뒤 그림의 보호를 위해 설치해 둔 유리에 손을 얹고 "석유, 가스가 우리의 생활, 기후의 위기를 초래하는데 예술이 생명, 식량, 정의보다 더 가치 있는 것입니까"라고 외치며 고의적인 예술 작품 파손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 사건은 많은 이의 공분을 샀는데 이들 중에는 환경 운동가만큼이나 지구 온난화에 대해 걱정하고 환경과 생태를 작업의 주제로 삼는 많은 예술가도 포함된다.
물론 젊은 환경 운동가들의 염려는 절박하다. 심각한 기후 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아 종족을 번식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절망적으로 살다 짧은 생을 마감할 미래의 아이들을 아예 낳지 않아야 하는지의 존재론적 질문과 싸워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자연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 이들의 선택은 환경, 예술 둘 다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한숨짓게 했지만 우리가 계속 탄소 배출을 용인하다 맞닥뜨리게 될 운명에 대해 너무도 정확한 예견을 한 셈이다. 미래엔 이러한 예술 작품들도 사라지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왜 토마토 수프이며 반 고흐의 해바라기였을까? 토마토 수프 캔 실크스크린으로 유명한 앤디 워홀이 석유 재벌이었던 이란의 독재자 샤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Shah Monammad Reza Pahlavi)와 왕비 파라 팔라비(Farah Pahlavi)의 초상화를 만든 사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을까?
이들의 테러는 예술 작품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가 구체화한 하나의 산물이라는 이유에서 자행된 것인지도 모른다. 환경의 위기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할 것임을 보여 주고 싶어서 말이다. 또 다른 자연,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성지, 인류의 모든 것이 '현재'의 상태인 하얀 미술관 안에서 삼엄한 경계하에 보호를 받는 예술 작품마저 사라지는데 인간, 생명이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이야기하려 선택된 작품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반 고흐의 그림은 바니시 처리가 되어 있어 손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환경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 절박함을 알리려 작품을 훼손한 어처구니없는 이들의 시도는 갓 태어난 조카에게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감상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을 더욱 일깨워 주었다. 김윤경<화가>

김윤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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